[인터뷰] ‘사극 여신’ 김소현 “‘조선로코-녹두전’은 저만이 아니라 모두 모여서 보여드린 작품”

입력 2019-12-09 07:45



매 작품 남다른 캐릭터 소화력으로 인생 캐릭터를 갱신한 김소현이 배우로서의 진가를 증명했다.

아역 배우로 시작해 다수의 작품을 통해 성인 연기자로 입지를 다진 김소현이 지난 달 25일 인기리에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조선로코-녹두전’(극본 임예진·연출 김동휘)을 통해 오롯이 연기력 만으로 자신만의 이름값을 되새기고 있다.

‘조선로코-녹두전’은 미스터리한 과부촌에 여장을 하고 잠입한 전녹두(장동윤)와 기생이 되기 싫은 반전 있는 처자 동동주(김소현)의 발칙하고 유쾌한 조선판 로맨틱 코미디를 그린 드라마로, 웹툰 ‘녹두전’(글/그림 혜진양)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 웹툰 연재 때부터 봐 왔던 팬이었어요. 당시 굉장히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었고, 작품에 대한 여운이 많이 남아있었는데 드라마를 하게 돼서 의미가 있었죠.”

작품은 김소현의 캐스팅만으로 화제를 모았다. 원작 작가인 혜진양이 일찌감치 동동주 역으로 김소현을 생각했을 정도로, 동동주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을 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앞서 다수의 작품을 통해 연기력을 입증해 온 김소현이 그려낼 동동주 캐릭터에 시청자들의 기대가 높아진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동주로 살았던 2개월은 여운도, 아쉬움도 많이 남는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가장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동주와 저랑 정말 비슷해요. 촬영 후반에는 동주가 저를 닮았는지, 제가 동주를 닮았는지 헷갈릴 정도로 동주와 제가 많이 닮았어요. 감독님께서도 제가 연기를 하면서 실제 제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셨죠. 그러다보니 저 역시 연기하면서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 들고 많이 편하더라고요. 행동도 일반적인 양반집 규수처럼 하지 않아도 되고, 편하게 해도 되니 한결 편했고요. 단발머리로 짧게 자르고 연기를 하니까 댕기를 땋고 나오는 거랑은 또 다르더라고요. 모든 환경 자체가 훨씬 편해서 좋았어요.”

이러한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김소현은 ‘조선로코-녹두전’ 속 동동주 그 자체였다. 가슴을 콕콕 쑤시는 오열 연기로 안방극장을 한 순간에 눈물바다로 만들기도 하고, 달달한 설렘부터 위기에 놓인 미묘한 심리 상태까지 표정 하나에 그대로 녹여냈다. 말투와 시선, 행동 하나까지 디테일하게 표현해내는 섬세하고 진정성 있는 연기가 더해져 김소현이 아닌 동동주는 상상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동주라는 캐릭터 자체도 짠한 구석이 많은 인물이에요. 왜 그렇게 복수를 해야 하는지, 무모한 도전일 걸 알면서도 계속해서 도전을 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건지를 생각하게 됨과 동시에 행복하길 응원했었죠. 슬프기도, 행복하기도 했던 작품이었어요. 동주와 녹두라는 인물 자체에 대한 여운이 많이 남았던 것 같아요.”

전녹두 역의 장동윤과의 케미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케미 여신’이라는 수식어답게 김소현은 장동윤과 로맨스 케미로 시청자들의 설렘 지수를 높이며, 극적 재미를 높였다.

“이번 드라마로 처음 만나 뵀는데, 처음 봤을 때부터 친화력이 좋았던 분이었어요. 만나고 바로 다음 날부터 대본 리딩을 해야 해서 어색한 면도 있었지만 바로 친해질 수 있었죠. 말도 굉장히 맑게 많이 하고, 좋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분이라서 애정 신이나 이런 촬영에서 자칫 민망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것들이 덜했어요. 키스신을 찍을 때도 저보다 더 ‘부끄럽다’고 말을 굉장히 많이 하시면서 호들갑을 떠시니까 오히려 제가 더 괜찮은 척을 하게 되더라고요. 오히려 그 모습이 더 진짜 녹두 같았어요. 실제로도 ‘녹두 같은 캐릭터다’ 싶었고, 덕분에 연기할 때 그 자체로 이입하기 좋았어요. 극 중에서 투닥거리는 설정이다 보니 현장에서도 투닥거리고 틱틱거리면서 보냈던 것 같아요. 정말 역대급으로 장난을 많이 치면서 촬영 했던 작품이 아닌가 싶어요.”




극 초반 장동윤은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여장을 한 뒤 과부촌에 잠입하는 설정 때문에 여장 연기를 감행했다. 장동윤의 여장 연기는 ‘여자보다 더 예쁜’ 미모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거부감이 들진 않을까’ 하는 생각도 처음엔 했었는데, 주변에서 반응이 너무 좋아서 ‘괜찮겠구나’ 싶었어요. 신기하기도 했고, 처음에 너무 예뻐서 저도 굉장히 놀랐어요. 라이벌 의식이요? 처음엔 별 생각도 없었고, 동주 자체가 극 중에서 예쁘게 나오는 캐릭터가 아니라서 편하게 다녔는데 나중에 선배님들께서 ‘녹두가 더 예쁜데 어떡하냐’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서운한 티를 내면서 장난치곤 했었죠. 그런데 사실 녹두가 더 예쁘고 잘 나올수록 저희 드라마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더 잘 보여 지는 거라고 생각해서 아쉽진 않았어요.”

2012년 MBC ‘해를 품은 달’에서 중전 윤보경(김민서)의 아역으로 출연하며 큰 사랑을 받았던 김소현은 이후 ‘옥탑방 왕세자’, ‘도깨비’, ‘군주’ 등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이며 ‘사극 여신’이라는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군주’ 이후 2년 만에 출연한 사극인 ‘조선로코-녹두전’ 역시 자체 최고 시청률 8.3%를 기록,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그는 또 한 번 ‘사극 여신’으로서의 면모를 뽐냈다.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저에 대한 이미지보다는 ‘해품달’의 이미지가 커서 사극에 대한 이미지를 강하게 생각해주셨던 것 같아요. 의외로 성인이 되고 나서는 사극에 많이 출연하지 않았거든요. 앞으로 보여드릴 게 많을 것 같아요. 특히 이번 작품은 저만이 아니라 모두 모여서 보여드린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 부분이 가장 감사드리는 것 같아요.”

김소현은 자신의 인생작으로 KBS ‘후아유-학교 2015’를 꼽았다. 그러나 그는 여기에 이어 ‘조선로코-녹두전’을 덧붙여 언급하며 자신의 인생작 경신에 대한 바람을 전했다.

“‘후아유’가 지금까지는 저의 가장 큰 인생작인 것 같아요. 처음으로 그렇게 큰 연기 도전을 해봤고, 미니시리즈 주연을 처음으로 해 봤던 작품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조선로코-녹두전’도 제 인생작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 만큼 큰 선물을 준 애착 가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제 인생작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김소현은 지난 달 30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좋아하면 울리는 시즌 2’ 제작소식을 알리며 활발한 활약을 예고했다.

“전 작품들에서 힘든 일도 겪었고, 성적이 크게 좋지 않은 적도 있다 보니 팬 분들의 입장에서는 우려하는 시선도 많았고. 저 역시 ‘이번 작품이 어떻게 보일까’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결과가 잘 나온 것 같아서 스스로 굉장히 만족하고 있어요. 차기작에 대한 부담이요? 다행히 차기작이 ‘좋아하면 울리는 시즌2’라서 심신이 조금 안정되고 있어요.”

예능 ‘언더나인틴’부터 드라마 ‘좋아하면 울리는’, ‘조선로코-녹두전’까지 쉴 틈 없는 열일 행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김소현의 2019년을 돌아보는 자신의 점수는 8.5점이었다.

“올해 좋은 일도 많았고, 좋은 드라마를 만나서 한 해를 잘 보내기가 쉽지 않은데 잘 마무리 된 것 같아서 올해는 뿌듯하게 보낸 것 같아요. 올해의 저에게는 8.5점을 주고 싶어요. 보통 제 스스로에게 후한 편은 아닌 것 같은데, 앞으로 스스로에게 조금은 후해져도 될 것 같아서 나름 점수를 후하게 줘 봤어요. 나머지 1.5점이요? 그건 내년을 위해 조금 남겨두려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