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텔라 안 먹어" 불매 선언한 伊 정치인, 이유 들어봤더니

입력 2019-12-07 06:20


이탈리아의 극우 정치인이 난데없이 자국의 유명 초콜릿 브랜드인 '누텔라'를 걸고넘어져 다시 한번 구설에 올랐다.

6일 ANSA 통신 등에 따르면 극우 정당 동맹을 이끄는 마테오 살비니는 전날 밤 북부 에밀리나로마냐주(州)의 라벤나에서 벌인 정치 유세에서 돌연 누텔라 '보이콧'을 선언했다.

살비니는 최근까지 누텔라 초콜릿 잼을 바른 빵을 먹는 사진을 자신의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에 자주 올리곤 했다.

국산 제품을 애용한다는 점을 홍보해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정치적 계산이었다. 그동안 줄곧 부르짖어온 자국 우선주의 슬로건인 '이탈리안 퍼스트'(Italian First)와도 맥이 닿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날 유세에서 나온 그의 갑작스러운 변심이 주목을 받았다.

누텔라에 대한 입장을 바꾼 데 대해 살비니는 '누텔라가 터키산 헤이즐넛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는 이탈리아 제품을 사용하는 기업과 농민을 돕길 선호하고 이탈리아 제품을 먹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극우 정당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연합뉴스)

그의 발언은 유세장에 있던 한 여성이 누텔라 샌드위치를 권하자 이를 거절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현지 정치권에선 내년 1월 지방선거가 있는 에밀리아로마냐의 농민 표를 얻으려는 계산된 행보라는 분석이 다수 제기됐다.

살비니의 발언에 연립정부 일각에선 발끈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수천명을 고용하는 자국 기업과 제품을 불필요하게 공격했다는 것이다.

스테파노 부파니 산업부 차관은 "살비니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하고 가장 잘 팔리는 이탈리아 제품 가운데 하나를 공격했다. 그는 정신이 나갔다"고 맹렬히 비난했다.

이탈리아 연립정부의 한 축인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 소속인 그는 또 "누텔라에 터키산 헤이즐넛이 포함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누텔라를 만드는 데 쓰이는 헤이즐넛의 4분의 1은 이탈리아산이며, 국내에서 모든 원료 수요를 다 충족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누텔라는 이탈리아 토종기업 페레로가 보유한 초콜릿 브랜드다.

페레로는 세계 최대 헤이즐넛 바이어 가운데 하나로, 이탈리아 내 헤이즐넛 생산량이 충분치 않아 일부는 해외에서 들여온다고 한다.

이 업체는 살비니의 발언에 대해 현재까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