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하명수사 키맨'의 죽음...檢 소환 당일 숨져

입력 2019-12-02 07:55
수정 2019-12-02 08:42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휘하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검찰 수사관이 1일 숨진 채 발견됐다.

A수사관은 청와대 파견 근무 당시 백 전 비서관의 휘하에서 일했다.

일각에서는 A수사관이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서 일할 때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에 대한 첩보 문건을 작성하는 데 관여한 게 아니냐고 추측하기도 한다.

A수사관은 지난 2월까지 2년 동안 청와대에서 일하다가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이정섭 부장검사)로 검찰에 복귀했다. 다만 형사6부에서 담당하는 유재수(55·구속) 전 부산 경제부시장 관련 수사에는 참여하지는 않았다.

그는 사망 전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의 말과 함께 심리적으로 힘들었다는 내용의 메모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는 지난달 25일 울산지검에서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에 대한 고소·고발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황 청장이 울산경찰청장 시절 청와대로부터 김 전 시장 주변의 비위 첩보를 넘겨받아 수사를 함으로써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끼쳤는지를 규명하는 수사다.

검찰은 첩보를 경찰에 내려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선거 개입을 하려고 했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수사하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은 백 전 비서관의 손에 있던 첩보 문건이 반부패비서관실을 거쳐 경찰청과 울산경찰청으로 전달된 후 수사가 시작됐다는 점이다. 문건을 누가 작성했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A수사관이 첩보 문건의 작성과 이첩 경위 등 전반적인 과정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었다. 하명 수사·선거개입 의혹의 실체를 따지기 위해 반드시 진술을 받아내야 할 '키맨'으로 여겼던 것이다.



A수사관은 앞서 울산지검에서 황 청장이 고발된 사건을 먼저 수사할 당시 한 차례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지난달 말 서울중앙지검으로 사건이 넘어온 뒤로는 이날 처음 참고인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그는 주말 동안 소환 일정을 조율하다 이날 오후 6시에 출석하기로 돼 있었다.

여권 일각에서는 검찰이 A수사관을 상대로 강압수사를 하려고 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검찰은 A 수사관의 개인 사정을 고려해 이날 저녁으로 첫 조사 일정을 잡았을뿐만 아니라 참고인 신분임을 명확히 밝힌 만큼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일정 조율 과정이나 이 사안에서 A 수사관의 위치 등을 봤을 때 강압적으로 수사하려 했다는 주장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이 김 전 시장 주변의 비리 첩보를 경찰에 전달했을 당시 직제에 없는 별도의 감찰 인력이 가동됐다는 의혹을 두고도 검찰은 A수사관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물어볼 방침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미 전직 특감반원들로부터 백 전 비서관이 휘하 직원에게 공직자 감찰 업무도 시켰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를 A수사관의 진술과 대조해 볼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백 전 비서관이 별동대 성격의 감찰팀을 가동한 정황은 청와대 특감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폭로한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도 제기한 바 있다. 반부패비서관실 산하의 특별감찰반과 별도로 운영됐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별동대' 의혹을 부인하며 "별동대라는 2명의 특감반원은 특수관계인을 담당하는 민정비서관실 소속의 감찰반원인데 일부가 울산에 내려가 활동한 적은 있다"고 최근 국회에 설명한 바 있다.

검찰은 이번 사망 사건으로 수사에 차질은 없다는 입장이다. 대신 A수사관의 사망 경위에 대해서도 한 점의 의문이 없도록 철저하게 밝혀내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