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추수감사절 아프간 '깜짝 방문'…"미군 8천600명으로 감축"

입력 2019-11-29 23:4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18년간 이어진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끝내기 위해 무장반군조직 탈레반과의 평화협상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탈레반 협상은 지난 9월 타결 직전까지 갔다가 무산됐지만 최근 탈레반이 미국인이 포함된 피랍 외국인을 석방하는 등 달라진 분위기에 힘입어 평화 협상이 재개됐다는 보도까지 나온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공식 확인한 것이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추수감사절을 맞아 해외 파병 미군을 격려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의 미군 주둔 부대를 깜짝 방문한 자리에서 "탈레반은 합의를 원하고, 우리는 그들과 만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항공기 격납고에 모인 약 1천500명의 병사에게 "우리는 정전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들(탈레반)은 정전을 원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그들은 이제 정전을 원한다. 그런 식으로 풀려갈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아프간 전쟁은 전쟁터에서 결정되지 않을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정치적 해결을 해야 하는데, 이는 그 지역의 사람들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는 탈레반 지도자들도 지난주부터 카타르 도하에서 미국 고위 당국자들과 회의를 다시 열었고, 조만간 평화협상을 공식 재개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병력을 약 8천600명 수준으로 감축하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고 확인하면서 "병력 규모를 상당히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미국은 합의가 이뤄지거나 완전한 승리를 할 때까지 아프간에 머물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군 병사들에게 "지구상에서 가장 강인하고 우수하고, 용감한 전사들이 있는 이곳이 바로 이번 추수감사절을 가장 축하하고 싶은 곳"이라고 격려했다.

그는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과도 만나 "엄청난 진전을 거두고 있으며 동시에 이곳의 주둔 미군을 줄여 왔다"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이에 가니 대통령은 "오사마 빈 라덴의 사살 작전이 많이 회자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슬람국가(IS) 지도자였던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를 제거한 게 훨씬 더 큰 업적"이라며 "알바그다디는 IS를 조직한 사람으로서 말뿐인 사람이 아니었다"고 치켜세웠다. 빈 라덴 사살 작전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수행됐다.



미국과 탈레반 협상 대표는 지난 9월 아프간이 테러세력을 지원하는 곳이 되지 않도록 한다는 전제로 주둔 미군을 일단 8천600명 규모까지 줄이는 내용을 포함한 평화협정 초안에 합의한 바 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8일 탈레반 지도자들을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로 초청해 회담하기로 했지만, 전날 밤 이를 전격 취소하고 '탈레반과 협상은 죽었다'고 선언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1명 사망을 포함한 탈레반 테러를 이유로 들었지만 9·11 테러 18주년을 불과 사흘 앞두고 당시 테러범에게 협조한 탈레반을 미국으로 초청하는 데 대한 부담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이달 들어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이 반군 포로와 피랍 외국인을 교환하면서 협상 재개 기대가 커졌다.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탈레반과 직접 평화 협상을 촉진하겠다면서 지난 19일 포로인 탈레반 핵심 조직원 3명과 미국인 등 탈레반에 납치된 외국인 교수 2명을 교환했고, 미국은 피랍 미국인 석방을 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