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청와대 앞서 의식불명..."의식 찾았지만 긴장 못풀어"

입력 2019-11-28 07:09


단식 8일째인 27일 밤 11시께,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 설치된 농성 텐트에서 의식을 잃었다.

텐트에 있던 부인 최지영 여사가 황 대표의 의식불명 상태를 알아채고 의료진에게 알렸다. 의료진은 황 대표를 들것에 실어 텐트 밖으로 옮겼다. 긴급 호출된 구급차가 그를 태워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했다.

황 대표는 병원 응급실에서 검사와 조치를 받은 뒤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 그는 28일 새벽에 의식을 회복했다고 김명연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현장 브리핑에서 "간신히 바이털 사인(vital sign: 호흡·맥박 등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징후)은 안정을 찾았다"며 "일단 위험한 고비는 넘겼는데, 긴장을 풀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황 대표가 간신히 눈을 뜨고 (사람을) 알아보는 정도의 기초적인 회복이 돼 있는 상태"라면서도 "저혈당과 전해질 불균형 문제 때문에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뇌부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전해질 불균형 수치가 현재 '경계선'이라고 김 수석대변인이 설명했다. 신장 기능도 급격히 저하돼 최근 사흘째 단백뇨가 나오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28일 오전 중 담당 의료진이 황 대표의 정확한 건강 상태를 알릴 계획이라고 했다.

황 대표는 지난 20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의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이들 법안 가운데 선거법 개정안은 한국당의 반대에도 이날 국회 본회의에 부의됐다.

황 대표 주위 인사들은 추위 속에 밖에서 잠을 자는 '노숙 단식'에 우려를 보이며 중단을 권유했지만, 황 대표는 이날까지도 단식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병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야당 대표가 오랜 시간 추위에서 단식을 이어갔는데, 이 정권은 어떠한 반응도 없었다"며 "정말 비정한 정권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외쳐야 반응이라도 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박맹우 사무총장은 "우리는 당연히 단식을 말릴 테지만, 황 대표의 의지가 워낙 강해 의식을 차리면 단식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당내에선 황 대표가 쓰러지면서 투쟁 노선이 더 강경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황 대표의 요구 조건들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당은 28일 오전 10시 30분께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