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선거 '백만시위 주도' 지미 샴 낙승…친중파는 '참패'

입력 2019-11-25 23:52


(구의원 당선된 지미 샴 민간인권전선 대표/연합뉴스)

홍콩의 향후 정국을 가를 분수령이 될 구의원 선거에서 25일 야권이 압승을 거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여야 진영을 대표하는 후보들의 명암도 엇갈렸다.

야권에서는 지난 6월 이후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운동을 이끈 민간인권전선의 지미 샴 대표가 당선된 것이 단연 눈길을 끈다.

구의원에 새로 도전한 샴 대표는 샤틴구 렉위엔 선거구에서 3천283표를 얻어 친중 진영 후보를 1천표 가까운 차이로 여유 있게 따돌리고 낙승했다.

홍콩 시민·사회 진영의 연대체인 민간인권전선은 6월 9일 시민 100만 명이 모인 가운데 송환법 반대 집회를 여는 등 대규모 민주화 요구 시위를 주도해온 단체다.

샴 대표는 지난달 17일 밤 정체불명의 괴한들로부터 쇠망치로 공격을 받아 중상을 입는 등 선거 운동 기간 두 차례나 테러를 당하기도 했다. 범인들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홍콩 시위대는 이 사건의 배후에 친중파 인사들이 있을 것으로 의심했다.

출마 금지를 당한 야권 지도자인 조슈아 웡(黃之鋒·22) 데모시스토당 비서장의 정치적 '대리인'도 당선됐다.

민주 진영 후보인 캘빈 람 후보는 남구 선거구에서 당선을 확정지었다.

2014년 '우산혁명' 주도자로 인지도가 높은 웡 비서장은 이번 구의원 선거에 출마하려고 했지만 홍콩 선거관리위원회는 그가 홍콩 헌법인 기본법에 대한 지지와 홍콩 정부에 대한 충성 의사가 없는 것으로 명확하게 드러났다면서 그의 입후보 자격을 박탈했다.

이에 캘빈 람 후보가 웡 비서장을 대신해 출마해 당선에 성공했다. 람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웡 비서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친중 진영을 대표하는 후보 중에서는 홍콩 시위대의 분노 표적이 된 현역 입법회(국회) 의원이자 구의원인 주니어스 호(허쥔야오)가 낙선했다.



(낙선한 주니어스 호 의원/연합뉴스)

튄문구의 록차이 선거구에서 호 의원은 2천278표를 얻어 3천474표를 얻은 민주당 후보에게 1천표 이상 차로 패했다.

홍콩 시위대는 호 의원이 지난 7월 21일 위엔룽 전철역에서 발생한 '백색 테러'를 두둔했다면서 분노를 표출해왔다.

이 사건 직후 호 의원이 거리에서 흰옷을 입은 남성들과 악수를 하면서 '고맙다'고 말한 영상이 퍼졌다. 호 의원은 백색 테러를 두둔한 것이 아니라고 했지만 대중의 강렬한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호 의원은 이달 거리에서 선거 유세를 하는 도중 한 남성으로부터 흉기 피습을 당하기도 했다.

샴 대표 등 젊은 야권 후보자들의 당선과 친중 진영의 상징적 인물인 호 의원의 낙선은 야권의 압승으로 이어진 이번 구의원 선거 결과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주니어스 호는 친정부 진영을 향한 역풍의 가장 눈에 띄는 희생자"라고 지적했다.

낙선이 확정된 후 주니어스 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상이 완전히 뒤집어졌다. 올해 홍콩은 미쳤다. 이번 선거도 비정상적이고, 선거 결과도 정상이 아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친중 성향의 건제파(建制派)가 궤멸적인 패배를 당하면서 호 의원 외에도 홀든 차우, 미셸 루크 등 건재파의 '거두급' 유력 정치인들도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고 명보(明報)는 전했다.

한편, 최대 친중파 정당인 민주건항협진연맹(민건련)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 패배를 공식 인정하면서 허리를 숙여 민건련 지지 유권자들에게 사과했다.

민건련 당수인 스태리 리는 이날 주석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