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총파업 첫 날…지하철 운행 간격 벌어지고 열차 취소

입력 2019-11-20 23:07
전국철도노동조합이 20일 오전 9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서울에서도 일부 열차 운행이 중단되고 지하철 운행 간격이 벌어져 시민들이 이동에 불편을 겪었다.

이날 서울역과 용산역은 전광판을 통해 '철도노조 파업으로 일부 열차 운행 중지. 승차할 열차의 운행 여부를 확인 바랍니다. 열차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라는 안내문을 내보냈다.

실제로 예매한 열차 편 운행이 취소되거나 현장에 표가 없어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경남 마산에서 서울로 올라온 권수혁(62)씨는 "오늘 마산으로 내려가려고 오후 4시20분 기차를 예매했는데 취소돼 당황스럽다"며 "부랴부랴 다른 열차를 알아봐 5시 35분 KTX를 끊었는데 특실이 없어 일반실로 겨우 구했다"고 설명했다.

권 씨는 "국민들이 얼마나 불편하냐"며 "정말 이런 파업은 안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주행 KTX를 타려던 강모(55)씨도 "주말에 기차표를 예매했는데 타려던 열차가 취소돼 그보다 1시간 뒤에 있는 열차를 예매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강 씨는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것을 위해서는 투쟁을 하니 파업을 이해할 수 있다"며 "다행히 다른 열차를 예매할 수 있어 큰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코레일이 게시한 '운행 중지 열차 목록'과 출발 안내 전광판을 유심히 살폈고, 매표창구나 안내소에도 자신이 예매한 열차가 정상적으로 출발하는지 묻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역사 내에서 발권을 담당하는 자회사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들도 파업에 동참하면서 매표소 운영도 축소됐다.

서울역은 서부역 방면 매표창구 3개 중 1개에는 커튼이 쳐졌고 '승차권 구입 고객께서는 2층 동부 및 중앙 자동 발매기를 이용해주시길 바란다'는 안내문 붙었다. 동부 쪽 매표소도 9개 매표창구 중 3개만 운영됐다.

이 때문에 자동발매기나 승차권 구매 앱이 익숙지 않은 시민이나 외국인 관광객은 매표소 앞에 줄을 길게 서기도 했다.

대전에 사는 이모(59)씨는 "파업하는 것을 모르고 왔다가 표를 사려고 30분 정도 기다렸다"며 "친척이 돌아가셔서 새벽에 급히 대전에서 올라왔다가 다시 가야 하는데, 어떻게 될지 걱정"이라며 발을 동동 굴렀다

업무로 일주일에 2∼3회 충북 오송에 오간다는 직장인 최모(32)씨는 "코레일 노동자들이 많이 고생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노사 간에 조율이 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철도노조 파업으로 서울 지하철과 연계 운행되는 1·2·4호선도 일부 열차 편이 줄어들면서 지하철 이용객들도 불편을 겪었다.

평소에도 승객이 많은 신도림역은 본격적인 퇴근 시간 전인 오후 5시부터 승강장내 각 전동차 출입구역에 20여명씩 줄을 서는 등 이용객으로 꽉 찼다. 열차가 도착해도 다 타지 못해 일부는 다음 열차를 기다려야 했다.

부천시에 사는 한모(36)씨는 "항상 이 시간에 신도림에서 역곡행 기차를 타는데 평소보다 사람이 많아 차를 못 타고 있다"며 "파업도 좋지만 이런 식으로는 안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김모(70) 할머니도 "신도림역은 1호선 승강장이 실외에 있어서 오늘같이 추운 날은 열차를 기다리기 힘들다"며 "파업 때문이라는데 나 같은 노인이나 장애인들은 특히 더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철도노조는 ▲ 4조 2교대 내년 시행을 위한 인력 4천명 충원 ▲ 총인건비 정상화(임금 4% 인상) ▲ 생명안전업무 정규직화와 자회사 처우 개선 ▲ 철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철도통합 등 4가지 요구 조건을 주장하며 이날부터 총파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철도노조 요구에 사측이 난색을 보여 합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철도노조 파업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철도공사 직원과 군 인력 등 동원 가능한 대체 인력을 출퇴근 광역전철과 KTX 등에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있지만, KTX의 경우 평시의 68.9% 수준으로 운행되는 등 전반적인 열차 운행이 지연되고 있어 파업 기간 시민 불편은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주말은 서울 주요 대학 논술 및 면접이 예정돼 있어 수험생들의 불편도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