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19일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2.1%로 올해보다는 소폭 나아지겠지만, 한국 기업들의 신용 여건은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무디스의 크리스티안 드 구즈만 정부신용평가 담당 전무는 이날 무디스와 한국신용평가 주최로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경제전망 둔화에 따른 한국의 펀더멘털 압박' 주제 미디어 브리핑에서 이같이 진단했다.
구즈만 전무는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은 2.1%로 올해의 2.0%보다는 미미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이는 기저효과가 조금 있을 것이라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출, 특히 반도체 부문에서 수출량이 크게 축소되는 양상을 보이지 않고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bottoming-out) 형태의 현상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또 국내의 전반적인 수요도 꽤 안정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특히 재정·통화정책으로 인해 수요가 일어날 것으로 본다"며 "현재 정부 지출과 관련해 더 많은 확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고, 통화정책 측면에서도 금리가 인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성장 둔화가 내년에도 이어지면서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G20 회원국의 경제성장률은 2.6%에 머물 것"이라며 "정치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저성장과 경기침체 리스크로 연결되고 있는데, 이런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정부 능력이 저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미중 분쟁으로 무역 규모가 감소했고 최근 홍콩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태도 주의해야 한다"며 "한국은 특히 수출에 의존하는 국가이고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과 일본 사이의 외교적 갈등도 있는데, 아직은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한국의 신용등급은 'Aa2'에 아직 '안정적' 전망을 유지하고 있지만 정치적인 여러 갈등이 계속되고 있고 현 정부에 대한 지지율 문제 등으로 인해 추경 같은 일부 정책은 상당히 오래 걸려서 통과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글로벌 시각에서 볼 때 정부의 재정 능력은 매우 높게 '하이플러스'로 평가한다"며 "정책 입안자들은 이런 재정 능력을 활용해 여러 외부 성장 압박을 상쇄하고 있어 굉장히 중요한 제도적 강점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확장 기조를 제안했기 때문에 앞으로 이전보다 채무가 늘어날 것이라 본다"며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42%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는데, 이는 같은 신용등급을 받은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런 정부 부채가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이 정도의 부채율 자체는 국가신용등급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며 "더 중요한 문제는 그 목표를 달성한 다음에 어떻게 이를 줄여나가는가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무디스는 글로벌 경제 성장이 둔화한 가운데 한국 기업들이 그동안 투자를 늘려온 영향으로 내년 실적과 신용 여건이 부정적이라고 분석했다.
크리스 박 무디스 기업평가 담당 이사는 "경기 변동성이 큰 산업의 수익성은 올해보다 소폭 개선되는 데 그쳐 내년에도 부진한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며 "지속적인 무역 갈등도 기업들의 실적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는 요소이며 반도체·전자 산업과 화학 산업이 (무역 갈등) 리스크에 가장 취약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부여하는 한국의 24개 비금융기업 중 14곳의 전망이 '부정적'이며, 이런 전망에는 경제 여건 둔화, 재무적 완충력 축소, 대규모 투자 등의 요소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