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선수 대변, 장에 이식하면 운동능력 오른다" <美하버드대>

입력 2019-11-14 23:13


운동선수의 대변을 장(腸)에 이식하면 운동능력이 향상될지 모른다. 마라톤 선수의 장내세균을 조사한 최근 연구에서 대회 후에 눈에 띄게 증가한 세균이 발견돼 이 세균이 운동능력 향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람의 장에는 1천여 종류, 약 40조개의 세균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장내에서 만드는 세균무리는 '장내세균총'으로 불리며 건강상태와 각종 질환의 발병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의학계는 궤양성대장염 등의 치료에 건강한 사람의 변에서 채취한 장내세균을 이식하는 '분변(糞便)이식' 임상연구를 시작했다.

미국 하버드 의대 연구팀은 2015년 보스턴마라톤대회에 출전한 선수 15명과 의자에 앉아서 일하는 시간이 많은 10명의 장내세균을 비교한 연구결과를 생물의학지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14일 전했다.

CNN 보도에 따르면 연구팀은 참가선수의 대회 1주일 전과 후의 변을 채취해 장내세균 변화를 조사했다.

분석결과 참가선수 모두 대회 후에 베이롤넬라(Veillonella)라는 종류의 세균이 두드러지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롤넬라에는 강도높은 운동으로 인해 체내에 생기는 유산을 대사하는 작용이 있다.

선수의 변에서 채취한 이 세균을 실험 쥐에게 투여하자 투여한 쥐는 투여하지 않은 쥐에 비해 러닝머신을 달리게 했을 때 13% 더 오래 달렸다. 운동량이 13% 증가한 셈이다.

운동으로 인해 근육에 생겨난 유산을 이 세균이 지방산으로 변화시켜 지구력을 향상시킨 것으로 추정됐다. 이번 연구결과는 장차 운동선수의 능력을 향상시키거나 당뇨병과 같은 대사질환 치료를 돕는 영양보조제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운동선수의 장내에 베이롤넬라가 많다는 연구결과는 과거에도 보고된 적이 있다. 전문가들은 베이롤넬라가 운동능력 향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근거가 쥐 실험에서만 확인된데다 채변에 응한 선수 수가 적은게 이번 연구의 한계라고 지적하고 더 많은 표본을 대상으로 인간에게서도 근거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