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역대급' 유엔 대북제재 결의를 위해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나를 미쳤다고 생각하게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11일(현지시간) 전해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유엔대사를 지낸 니키 헤일리 전 대사는 이날 발간한 회고록 '외람된 말이지만'(With all due respect)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회원국들)에게 방금 나(대통령)와 얘기했고 (군사옵션을 포함한)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전하라'고 말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제재 동의를 얻어내기 위해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이 고안한 이른바 '미치광이 전략(madman theory)'을 일부러 구사했다는 것이다.
앞서 북한은 2017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 15형'을 발사했고, 유엔 안보리는 그해 12월 역대 최고 강도의 대북제재 결의를 만장일치로 결의한 바 있다.
중국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한반도 위기를 피하도록 하겠다는 논리로 협상력을 높일 수 있었다고 전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김정은 정권의 몰락은 북한 주민의 집단 탈출과 중국 유입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중국에 이런 위험은 매우 컸다"고 부연했다.
러시아에 대해선 "우리는 먼저 중국과 합의한 후 러시아에는 '이런 식으로 가면 러시아만 김정은 정권과 손을 잡는 처지가 돼 국제적 왕따가 될 것'이라고 은근히 압박했다"면서 이런 작전이 먹혀 들여 대북제재가 만장일치로 통과됐다고 서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미치광이를 다루는 위험에 대해서라면, 문제는 그쪽(김정은)이지 내가 아니다"라고도 언급했다고 헤일리 전 대사는 전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도발적인 발언이 많은 비판을 받았으나 사실 나로서는 '최대의 압박' 전략에 실제로 도움이 됐다"며 "이는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말하는 '미치광이 전략'이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겨냥해 '화염과 분노', '완전 파괴' 등의 언어를 사용하며 한반도의 긴장을 최고수위로 끌어올렸다.
특히 2017년 9월 유엔총회 연설을 앞두고서는 "김정은을 '로켓맨'이라고 부르는 게 어떻겠냐"고 본인에게 묻기도 했다고 헤일리 전 대사는 전했다.
이에 헤일리 전 대사는 "유엔총회는 교회와 같은 곳이니 하고 싶으면 하라. 어떤 반응이 나올지는 모르겠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헤일리 전 대사는 북한의 인권 실상도 폭로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가족을 포함해 자신의 정적을 숙청함으로써 권력을 공고히 했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집권 초반 6년 동안 처형한 숫자가 300명을 훨씬 넘는다"고 말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또 "김정은 체제에서는 완전한 감시와 규제를 통해 바깥세상과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한다"며 "휴대전화는 폐쇄적인 북한판 인터넷으로 막아 놨기 때문에 거의 사용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북한은 체제 비판을 하거나 금지된 책이나 언론을 볼 경우 강제 수용소로 보내 고문을 하거나 굶겨 죽이고, 또 죽을 때까지 노동을 시킨다"며 "유엔은 수십만명이 김정은 독재체제의 수용소에서 죽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수용소에서는 강제 낙태를 시키거나 출산한 아이는 살해하기도 하며, 성경을 소지할 경우에도 갇힌다는 게 헤일리 전 대사의 전언이다.
헤일리 전 대사는 또 북한에 억류됐다가 2017년 미국에 송환된 지 6일 만에 사망한 오토 웜비어 사건을 통해서도 북한의 인권 실상을 공개했다.
그는 "들것에 고정된 채 비행기 계단을 통해 옮겨진 웜비어를 아버지가 허리를 숙여 끌어안았지만, 의식을 차리지 못했다"며 "웜비어는 눈을 뜨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볼 수 없었고, 귀도 들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웜비어의 귀환을 강하게 요구해 성사됐지만, 키 크고, 사랑스럽고, 재주가 많았던 웜비어는 결국 사망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