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주의 마켓 투자 키워드 >>
1.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사태가 큰 충격을 안겨줬습니다. 환매까지 몇 년을 기다려야 한다는데요. 이 사태의 배경과 시사점은 무엇입니까?
l 라임자산운용의 경우 수익률 개선의 방편으로 유동성이 낮은 자산 매입(유동성 프레미엄). 대표적으로 전환사채. 그런데 전환사채는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기업이 주로 발행. 그래서 전환사채 수익률은 더 높음 (credit spread).
- 전환사채가 부실한 중소기업이 발행한다는 것 외에 또 다른 문제는 refixing 조건(sliding rule). 즉 전환사채 발행회사 주가가 떨어지면 전환가격도 일정수준까지 함께 떨어져서 여전히 주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남겨두는 것. 즉 기업이 부실해져 주가가 떨어져도 call option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으므로 부실 초기에 전환사채 가격도 하락하지 않고, 부실도 드러나지 않음.
- 초과이익을 얻는 또 다른 방법으로 option을 팔고 받는 프레미엄도 자주 이용. 그런데 좀 더 높은 프레미엄을 얻으려면 옵션의 행사가격을 현재주가 근처로 붙여야 하고, 그럴수록 옵션이 행사되어 큰 손실을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짐. 여기서도 초기 부실은 잘 나타나지 않도록, 즉 주가가 옵션행사가격 근처로 갈 때 오히려 수익률이 높아지도록 상품을 설계 (그 후 절벽). 그래서 이런 문제들이 발견됐을 때는 이미 늦고, 참사로 이어짐.
l 한편 몇 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은 이런 헤지펀드 상품이 절대수익 추구형 (ARS). 예를 들어 고객 돈으로 연 수익률 2%, 5년 만기 채권을 사면 10% 투자손실이 나도 원금보장 (buffer). 그런데 공격적으로 투자하다가 buffer가 금새 사라져 나머지 기간은 기다려야 함. 헤지펀드가 공격적인 이유는 성과급(moral hazard)
2. 그런데 이런 헤지펀드의 부실이 한국에서 특별히 심한 부분이 있을까요? 있다면 이유가 뭘까요?
l 절대수익 추구형 상품은 은퇴인구가 많아질 때 유행하는데 유럽이나 일본의 경우 과거 인기가 있었던 상품. 그런데 한국의 인구 노령화가 가팔라지면서 (파생상품 매도를 통한) 초과이익 추구 상품도 세계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많았음.
- 그 배경은 먼저 우리나라 투자자들의 목표수익률이 유난히 높기 때문. 펀드 가입자분들은 고성장기에 일을 했던 senior들이기 때문에 높은 수익률에 익숙. 수익률을 얼마나 기대하냐고 여쭤보면 서슴없이 연 20%정도라고 대답. 그 만큼 펀드매니저도 초과수익률에 대한 부담.
l 한편 이런 무모한 risk taking 환경을 자초한 것은 정부. 한국정부는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헤지펀드를 장려. 2011년말 사모 헤지펀드 설립요건을 대폭 완화했고, 2015년에는 헤지펀드 최소 가입액을 낮췄음. 전환사채 refixing도 허용했고, 코스닥도 장려. 헤지펀드가 초과이익을 얻기 위해 중소기업에 자금조달.
- 코스닥지수는 2018년초 정점에서 30%가량 하락했고, 이러한 중소기업 부실이 펀드 몰락의 형태로 나타나기 시작. 만일 코스닥 지수가 더 떨어지면 펀드 부실이 가속화. 또한 대기업의 하부구조인 중소기업이 부실해지면 대기업도 근간이 흔들릴 것. (한국 증시의 우발적 위험)
- 한편 헤지펀드가 이렇게 변동성 있는 구조로 상품을 설계했다면 폐쇄형으로 팔아야 하는데 팔기 쉬운 개방형. 즉 fund run이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을 것.
3. 미국에서는 트럼프가 트위터를 통해 파월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경기위축의 책임을 ‘금리를 충분히 내리지 않는 연준’으로 돌리고 있는데요. 결국 파월이 굴복할까요?
l 제롬 파월은 로스쿨 출신의 변호사. 역대 중앙은행장 이력의 경제학 박사와는 거리가 멀고, 내성적이라서 갈등을 만들 사람은 아님. 또 오랫동안 공화당원이었기 때문에 트럼프는 파월을 쉽게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 그가 간과한 것이 있음.
- 파월은 Private equity인 Carlyle 그룹의 파트너였음. 즉 지금 연준에서 풀린 돈이 어디로 가서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가장 잘 아는 사람. 현재 자금은 public 에서 private market으로 빠르게 이동. 지난 2년간 미국 증시에서 기업신규상장(IPO)이 반으로 감소. (private을 통한 자금조달 비중이 2013년 25%정도였는데 지금은 48%).
l 신규 기업들이 굳이 규제가 심한 public market으로 가지 않아도 풍부한 시중자금 덕분에 private market에서 쉽게 자금조달이 가능. 그런데 private market에서는 기업의 성과 관련 정보를 얻기 어렵고, 기업분석도 미흡. 비용을 써 가며 매출만 올려 놓으면 장미 빛으로 보는 경향. 즉 거품이 쉽게 극대화.
- 즉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 병을 앓고 있음. Private market에서 한계기업들이 좀비처럼 살아가는데 그 자금 줄을 중앙은행이 공급. FRB가 ‘적자생존을 통한 효율성’이라는 시장 원리를 훼손 (정치인의 입장 대변).
- 현재 증시의 거품은 이런 한계기업들을 볼모로 풍부한 유동성을 기대하는 speculation에 기반. 과연 중앙은행이 이런 비효율을 언제까지 참을지 관건.
4. 최근 증시가 상승탄력을 받는 모습입니다. 아무래도 미-중 무역갈등 관련 합의가 임박해서인 것 같은데요. 지속적인 상승세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l 최근 세계증시의 반등 배경을 보면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유럽의 채권매입 프로그램 재개, 그리고 미-중 갈등 및 Brexit 관련 합의 임박. 또 미국 9-10월 신규 고용이 GM 파업에도 불구하고 나쁘지 않았다는 점.
- 이런 안도 랠리가 컴퓨터 알고리듬에 의해 증폭되어 나타나는 부분이 있지만 주가반등 요인이 지속적이지 않음. 1) 세계적으로 양적완화의 미련을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지만 인플레를 만드는데 실패. 즉 미국조차도 유동성 함정에 빠져 통화정책이 먹히지 않음. 2) 미-중 갈등의 핵심은 패권다툼이므로 첨단기술 분야에서 갈등이 계속될 수 밖에 없고, Brexit도 독일중심의 EU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제2, 제3의 Brexit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음. 그리고 미국 고용 자체와 PMI등 여기에 선행하는 지표들도 level down 중.
- 이런 지속적이지 못한 요인들이 주가에 반영될수록 경계. 특히 이제 연말이 다가옴에 따른 매물도 조심.
l 이런 상황에서 해 볼 수 있는 전략은 연말이 다가 옴에 따라 (수급에 의해) undershooting하는 종목들이 나타날테데 이들을 저점 매집. 이미 헤지펀드들이 이런 전략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비교적 뚜렷할 것.
- 한편 미-중 갈등에서 확인된 사실은 미국의 공격에도 중국이 버틴다는 것(내구성). 그 결과 올 들어 중국 CSI300이 30%이상 반등 (2018년 25% 폭락한 후 안도 랠리). 그렇다면 위안화가 달러당 7위안을 넘어가고 있는데 그 밑으로 절상될 것 (중국 블루칩 매수 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