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ESS 생태계..."골든타임 놓치면 공멸"

입력 2019-11-07 17:38


<앵커>

정부의 조사와 재발방지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전력 저장 장치, ESS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비중이 커지면서 ESS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허점을 드러내고 있는 건데요.

시공부터 관리까지 전면적인 관리체계를 개선하지 못할 경우 국내외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드리워지고 있습니다.

송민화 기자입니다.

<기자>

철재 건물 내부에서 검은 연기와 함께 불길이 치솟습니다.

불길은 삽시간에 번져 뼈대만 남기고 모두 태웁니다.

지난달 21일과 27일, 경남 하동과 김해의 태양광 발전소에 설치된 전력저장장치, ESS에서 일주일도 안 돼 두 건의 화재가 잇따라 발생했습니다.

2017년 이전까지 전무하던 ESS 화재는 최근 2년간 28건에 달했습니다.

특히, 지난 6월 ESS 화재 원인에 대한 정부 조사 발표 이후에도 추가로 5건이 더 발생하면서 정부와 관련 업계에 대한 불신만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품질인증·위험관리 회사인 ‘디엔브이 지엘’(DNV GL)은 국내 보험회사의 의뢰로 ESS 화재 원인에 대한 심층 조사를 벌인 뒤 최근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보고서는 "고장을 일으키는 제조사의 작은 결함을 찾아냈으며, 모니터링과 화재 예방 시스템이 미흡해 작은 고장이 큰 화재로 확대될 수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제조부터 관리까지 허점이 노출된 건데, 정부가 강화된 안전대책을 내놓은 지 다섯 달 가까이 지났지만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셈입니다.

<싱크>이승우 / 국가기술표준원 원장 (지난 6월 10일)

“정기점검과 특별점검을 강화해 운영단계의 안전성도 제고해 나가겠습니다. 안전과 관련된 설비에 임의 개조 및 교체를 하지 못하도록 수시 특별 점검을 실시하며 미신고 공사에 대해서는 처벌 규정도 마련할 계획입니다.”

상황이 이렇자 국내 ESS 업체들은 비상입니다.

LG화학과 삼성SDI의 올 3분기 ESS 용 배터리 매출은 2분기에 이어 전무했고, 규모가 작은 업체의 수주도 끊어진지 이미 오래됐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전 세계 ESS 시장이 올해 12GWh에서 2025년에는 100GWh로 급증하는 만큼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고 우려합니다.

전문가들은 당장이라도 ESS 사업장을 보다 전문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국제 표준에 맞는 안전 관리 매뉴얼을 갖춰야만 ESS 생태계가 빠르게 복원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송민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