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수입차 관세 결정 임박…"무역전쟁보다 더 충격 줄 수도"

입력 2019-11-04 16:4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중순께 수입차에 대한 관세 부과 결정에 나설 전망이다.

백악관은 지난 5월 중순 수입 자동차와 부품에 대한 25%의 관세 부과 결정을 최장 180일간 연기하기로 한 바 있다.

이에 따른 관세 결정 마감 시한은 이달 13일까지다.

미·중 무역 협상 결과가 유동적인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차에 대해 관세 부과 결정에 나설 경우 이는 미·중 무역전쟁보다 더 큰 경제적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기업 관계자들과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 측근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수입차 관세 인상으로 미국을 더 나쁜 상황으로 내몰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연구센터(CAR)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수입차와 부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수입 자동차 가격은 약 6천875달러가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CAR는 이에 따라 전체 자동차 평균 가격은 4천400달러가량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 가격 상승은 제조업체는 물론 미국 소비와 고용에 모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의 자동차 부품업체를 대변하는 이익단체인 자동차·장비제조업협회(MEMA)의 앤 윌슨 정부 업무 부문 선임 부사장은 "강한 경제로 선거 시즌을 맞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라며 "수입 자동차와 부품에 전면적인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국이 경기 침체를 맞게 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외국 자동차 업체들이 공화당의 표밭인 미 남부 지역에 대거 진출해있다는 점도 트럼프의 관세 부과 행보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일본 도요타는 켄터키, 텍사스, 미시시피 지역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폴크스바겐은 테네시주 채터누가에, BMW와 볼보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 모두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다임러의 메르세데스-벤츠 사업부와 한국의 기아 자동차도 공화당의 표밭인 남부 지역에 진출해있다.

만약 수입 자동차에 관세가 부과될 경우 이들 공장의 일자리가 줄어들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윌슨 부사장은 해당 주에 있는 납품업체들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보는 상원 의원은 없을 것이라며 공화당 상원 의원들이 이를 막아낼 것으로 기대했다.

이들 지역의 공화당 상원 의원들은 오랫동안 수입 자동차에 대한 관세에 반대해왔으며,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위협에 내몰리면서 이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유라시아 그룹의 제프리 라이트 애널리스트는 "많은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트럼프에게 수개월간 추가 관세를 중단하라고 촉구해왔다"라며 "탄핵 심판에서 그들의 입지가 커짐에 따라 이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팻 투미 상원의원(공화당)은 수입 자동차에 대한 관세 영향이 고용 손실 이상의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는 "유럽인들이 그냥 앉아서 '더 적게 팔면 되지'라고 말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자동차와 관련 부품 공장의 일자리가 작년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12개월 동안 1만개 이상 축소됐다.

미 상무부는 올해 2월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입산 차량 및 부품이 미국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0일의 보고서 검토 기간이 종료되는 5월 18일까지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및 유럽연합(EU)과의 무역 협상을 진행하는 상황을 고려해 관세 결정을 유보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3일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연합(EU), 일본, 한국 등과 좋은 대화를 가졌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부과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외신은 로스 장관이 이들 나라에 자동차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