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홍콩에 대한 통제권 강화 방침을 천명하고서 처음 맞은 주말, 홍콩 도심 곳곳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크게 충돌해 시위대 수백명이 체포되고 부상자도 속출했다.
홍콩 사회가 반중·친중 진영으로 갈라져 반목하는 가운데 정치적 견해가 다른 상대방을 흉기로 공격한 사건이 발생하는 등 내부 갈등도 극에 달하는 모습이다.
3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홍콩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후 타이쿠 지역의 한 쇼핑몰에서 중국 표준어를 쓰는 한 남성이 정치적 문제를 놓고 논쟁을 하다가 상대 일가족 4명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용의자는 현장에서 성난 군중들에게 폭행당했고, 용의자를 보호하려던 다른 남성 역시 부상했다.
이번 유혈 사건은 민주화 확대를 요구하는 홍콩 시위대가 이날 오후에도 도심 여러 쇼핑몰을 중심으로 반중 시위를 이어가는 가운데 발생했다.
일부 강경파 시위대는 이날도 샤틴 지역에서 쇼핑몰 내 레스토랑들과 전철역 개찰구 등을 파괴하기도 했다.
전날에도 센트럴 등 도심에서 시위가 동시다발로 벌어진 가운데 경찰은 200명 이상을 체포했다고 이날 새벽 발표했다.
민주화 운동 진영은 당초 전날 코즈웨이베이의 빅토리아 공원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경찰은 이를 불허했다.
이에 시위대는 경찰의 불허에도 코즈웨이베이, 완차이, 센트럴, 몽콕, 침사추이 등지에서 동시다발로 도로를 점거하고 게릴라식 시위를 벌였다.
22주째 이어진 주말 시위에 참여한 홍콩 시민 일부는 경찰에 화염병과 벽돌 등을 던졌고, 곤봉 등으로 무장한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탄까지 동원해 진압에 나섰다.
일부 강경 시위대는 베스트마트360, 스타벅스 등 중국 기업이나 친중국 성향의 기업으로 간주하는 상업 시설들을 공격해 파괴하기도 했다.
특히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 언론 매체인 신화통신의 홍콩 사무실 건물을 습격해 건물 1층 유리창을 깨고 로비의 시설들을 부쉈다.
건물 안에 신화 통신 관계자들이 머무르는 가운데 시위대가 로비에 화염병을 던져 불이 붙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최고 지도부 일원인 한정(韓正) 정치국 상무위원과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6월 홍콩 시위 시작 이후 처음으로 공식 회동을 할 예정이다.
홍콩 정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람 장관이 5일 밤 베이징으로 이동해 6일 한 상무위원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초 람 장관은 제2회 중국 국제수입박람회를 계기로 상하이를 방문하고 5일 홍콩으로 돌아올 계획이었다.
한 상무위원은 홍콩·마카오 업무를 관장하는 최고 책임자다. 지난 6월 홍콩에서 대규모 시위가 시작되고 나서 한 상무위원과 람 장관의 공식 회동이 이뤄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회동은 중국이 최근 연 19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홍콩 통제권 강화 방침을 안팎에 천명한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라는 점에서 한층 더 눈길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