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디지털화폐 패권 경쟁

입력 2019-10-29 17:36
<앵커>

그동안 가상화폐에 부정적이었던 중국이 최근 대대적인 육성책을 내놓으면서, 미중 양국간 디지털화폐 패권 경쟁에 불이 붙었습니다.

자국의 가상화폐를 ‘디지털 기축통화’로 경제적 우위를 점하겠다는 계산인데, 우리나라도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고영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블록체인 분야로 옮겨 붙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블록체인 표준화 연구에 힘써 국제적인 발언권과 규칙 제정권을 높여야 한다"며 "중국이 블록체인 분야에서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기다렸다는 듯 중국 의회인 전국인민대표대회는 가상화폐(암호화폐) 관련법을 통과시켰고, 중앙은행인 인민은행도 가상화폐 발행을 서두르는 등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동안 가상화폐 채굴과 거래를 금지하는 등 겉으론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면서도 물밑으론 관련 제도 정비를 서두르는 이른바 ‘도광양회(韜光養晦)’ 작전을 펼친 겁니다.

전문가들은 미중 블록체인 전쟁의 핵심은 자국의 가상화폐를 ‘디지털 기축통화’로 만들어 경제적 우위를 점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인터뷰> 인호 / 고려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

“디지털화폐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시작됐다고 보는데요. 미국은 리브라를 중심으로 하는 민간 중심이라면, 중국은 위안화를 디지털화폐로 해서 관 중심으로...”

이처럼 중국이 ‘블록체인 굴기’를 선언하면서 최근 페이스북 리브라를 둘러싼 미국 정부의 입장 변화를 예상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리브라가 미국이 차세대 금융 주도권을 쥐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며, 만약 지연된다면 중국에 추월당할 것”이라고 경고해 왔습니다.

전 세계 23억 명의 이용자를 둔 페이스북은 내년에 가상화폐인 리브라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각종 불법자금에 쓰일 수 있다는 이유로 미국 당국의 반대에 직면했습니다.

양국의 충돌로 균형추가 흔들리는 사이, 기회를 포착한 카카오의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 등 국내 기업들도 전선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인터뷰> 한재선 / 그라운드X 대표

“최근에 메인넷에서 서비스 체인이 출시됐는데 기업들이 조금 더 블록체인을 기업 내부에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를 시켜나갈 계획입니다.”

전문가들은 블록체인이 국가 간 경계를 뛰어넘는 기술인 만큼, 디지털 경제주권을 지키기 위해선 우리나라도 하루 빨리 법적,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한국경제TV 고영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