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오해야, 가상화폐 계속 금지"…시장과열에 '급브레이크'

입력 2019-10-29 10:47
수정 2019-10-29 10:51


블록체인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한 마디에 세계 블록체인 시장이 들썩거리자 중국이 "가상화폐를 계속 금지할 것"이라며 과열 진정에 나섰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8일 밤 인터넷에 올린 논평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암호화폐와 더불어 생겨난 것은 사실이지만 블록체인 기술 혁신이 가상화폐 투기와 동의어는 아니다"라며 "블록체인을 이용한 가상화폐 발행과 (실체가 없는) '공기 화폐' 투기를 반드시 방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민일보는 이어 블록체인 시장이 아직 초창기에 있다고 강조하면서 시장 과열 현상을 우려했다.

신문은 "블록체인은 초기 발전 단계에 있어 안보, 표준, 감독 등 측면에서 아직 더욱 발전해야 한다"며 "큰 방향에는 틀림이 없지만 소리를 지르며 우르르 몰려가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시진핑 주석은 지난 24일 블록체인의 발전 동향을 주제로 한 정치국 집단학습을 주재하고, 중국이 블록체인 산업의 혁신적 발전에 속도를 내라고 주문했다.

시 주석의 이 같은 발언은 가상화폐 발행 및 거래를 전면 금지하던 중국 내에서 정책변화를 예고한 것으로 여겨지며 대표적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가격이 하루 만에 40%나 폭등하기도 했다.

28일 중국 증시에서는 블록체인 테마주로 분류되는 112개 종목이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이날 블록체인 테마주 기업들의 시총은 단 하루 만에 무려 1천600억 위안(약 26조5천억원) 증가했다.

인민일보의 기조로 보면, 시장 일각의 기대와 달리 중국은 계속 비트코인 등 기존의 가상화폐 유통을 제한하는 한편 신규 가상화폐의 발행(ICO)을 금지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그간 중국은 일관되게 분산화, 익명화를 특징으로 한 기존의 가상화폐 기술을 우려하면서 그 대안으로 통제 가능한 중앙집중적 디지털 경제 질서 구축을 추진해왔다.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는 익명성 탓에 뇌물 등 불법 목적의 거래에 쓰이기 쉽고, 또 가상화폐는 국경 간 거래가 자유롭다는 점에서 자금 유출입을 강력하게 통제하려는 중국 당국에 큰 도전이 된다.

중국 인민은행은 세계 중앙은행 중 최초로 디지털 화폐 발행 준비를 사실상 마치고 발행 시점을 검토 중이다.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급변하는 경제 질서의 변화 속에서 주도적으로 자국식 경제 질서를 구축해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시 주석의 발언 직후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통과된 '암호법'에 중국에서 유통되는 모든 '암호 상품'이 당국의 승인을 반드시 얻도록 한 규정이 담긴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내년 1월부터 이 법이 시행되면 기존의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물론 페이스북 리브라 등 새로운 가상화폐가 중국에서 유통되려면 당국의 승인을 얻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자국의 통화 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빗장'을 치기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중국이 지향하는 블록체인 기술의 방향 역시 당초 블록체인 기술의 태동 때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분산원장을 기반으로 해 중앙의 관리 주체가 필요 없는 블록체인 기술은 태생적으로 권력 분산과 익명화를 지향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면에서 공산당의 강력한 '영도'와 '관리'를 중요시하는 중국은 신속하고 효과적인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것에 더욱 큰 관심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