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펀드 수익률 높은데…돈 빼는 투자자들

입력 2019-10-29 10:58
<앵커>

올 들어 20%대 수익률로 선방했던 유럽펀드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그동안 불확실성을 높이던 대외 변수 외에도 실물 경기 전망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이유에선데요.

전문가들은 이른바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불안감이 그나마 희석된 것은 긍정적인 요인이라며, 상황을 두고 봐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방서후 기자입니다.

<기자>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럽펀드는 올 들어 20%에 가까운 수익률을 달성했습니다.

기간을 줄여도 3.70%(6개월), 1.80%(3개월), 2.01%(1개월) 등의 수익률을 보이며 같은 기간 손실을 본 다른 해외 펀드에 비해 선방했습니다.

문제는 높은 수익률에도 불구하고 수탁고는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는 것. 연초 이후 유럽펀드에서는 2,205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습니다.

개별펀드 중 설정액이 가장 크게 줄어든 펀드는 '슈로더유로펀드(주식-재간접형)'로 855억원이 넘는 자금이 순유출됐습니다.

이 펀드의 모펀드는 유럽경제통화연맹(EMU)에 가입된 국가 주식에 투자하기 때문에 유럽 시장, 정치, 경제상황 등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즉, 제 아무리 수익률이 높더라도 유럽시장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한 투자자들이 돈을 빼낸 겁니다.

실제로 유럽 성장률 컨센서스 흐름을 보면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기 시작했습니다.

유럽 당국의 적극적인 통화나 재정 정책 기조는 긍정적이지만, 마이너스 금리와 재정준칙 등 구조적 한계로 각종 부양책의 효과와 지속성이 불확실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미국의 무역압박 역시 문제입니다.

미국이 유럽산 농산물과 항공기 등에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고, 다음달 중 자동차 관세 부과 여부가 결정되면 이미 크게 위축된 유럽 체감경기 뿐 아니라 실물경기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그나마 브렉시트 우려가 다소 해소된 것은 앞으로 시장 상황을 지켜볼 만한 호재가 됐다는 평가입니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EU 27개 회원국이 영국의 브렉시트 '탄력적 연기'(flextension) 요청을 수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달 31일로 예정된 브렉시트 시한을 내년 1월 31일까지로 3개월 연장하되, 영국 의회가 최근 타결한 브렉시트 합의안을 비준하면 이보다 먼저 탈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입니다.

이에 따라 영국은 물론 EU 역내 경제에 큰 타격이 예상되는 '노딜 브렉시트'를 피할 시간적 여유도 어느 정도 확보된 셈입니다.

한국경제TV 방서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