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IS수괴 사망' 중대발표, 8년전 빈라덴 잡은 오바마 닮은꼴?

입력 2019-10-28 00:23


지난 2011년 5월 1일 밤 11시35분.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알카에다 수괴,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2001년 9·11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빈라덴의 사망 소식을 미국의 주요 방송사들은 생중계했고, 자정이 가까워진 일요일 심야 시간대임에도 무려 5천650만명(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이 시청했다.

그로부터 약 8년 반이 흐른 27일(현지시간). 이번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닮은꼴 중대발표'를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일인 이날 오전 9시20분 백악관 회견을 통해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수괴인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사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알바그다디와 빈라덴 모두 이슬람 극단주의자들로, 미국은 동일한 액수의 현상금(2천500만달러·약 294억원)을 내걸고 추적해왔다.

각종 외교 난맥상에 휩싸인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오바마 전 대통령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외교안보 성과를 모처럼 내놓은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밤 자신의 트위터에 "아주 큰 일이 방금 일어났다!"고 적었고, 백악관도 27일 오전 9시 트럼프 대통령의 중대 성명이 발표된다고 공지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견에서 미군 특수부대의 활약을 치켜세우면서 "알바그다디가 개처럼, 겁쟁이처럼 숨졌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알바그다디 사살 작전'을 핵심 참모들과 직접 지켜봤다면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이름을 열거하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11년 5월 1일 백악관 상황실에서 조 바이든 부통령, 마셜 웹 연합특수전사령부 부사령관, 데니스 맥도너 국가안보 부보좌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과 함께 미군 특수부대 네이비실 특수요원들이 9.11 테러공격을 자행한 알카에다 테러조직의 최고지도자였던 오사바 빈 라덴을 사살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연합뉴스)

앞서 오바마 전 대통령도 상황실에서 '빈라덴 사살작전'을 지켜봤고, 관련 사진이 공개돼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백악관 전속 사진사가 촬영해 언론에 배포한 사진으로, 오바마 전 대통령은 물론 조 바이든·힐러리 클린턴 등 당시 외교안보팀 주요 인사들의 긴장되고 긴박한 순간을 포착한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정치적 궁지에 내몰린 구도에서 예상 밖 호재를 만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오바마 전 대통령도 '빈라덴 사살작전'을 전격 공개하면서 '반짝' 지지율 상승효과를 누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