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살해해 달라고 의뢰한 남편과 돈을 가로챌 요량으로 청부살인을 수락한 흥신소 대표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부산에 사는 A(57)씨는 아내와의 불화로 지난해 별거를 시작한 데 이어 이혼소송을 당하게 됐다.
A씨는 지난해 8월 한 흥신소를 찾아가 대표 B(52)씨와 이혼소송으로 재산을 분할하지 않을 방법을 상담했고, 급기야 "아내를 살해해 달라"고 의뢰했다.
두 사람은 외국인을 섭외해 A씨 아내를 살해하고, 그 대가로 3억원을 주고받는 조건에 합의했다.
올해 1월 A씨는 범행이 들통날 것을 우려해 "없던 일로 하자"고 B씨에게 제안하기도 했지만, 두 사람은 4월 전화 통화하면서 다시 애초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두 사람은 A씨 아내의 실물과 소재 등을 확인하려는 목적으로 광주광역시까지 함께 이동, 한 원룸 앞에서 대기하다가 외출하는 A씨 아내를 약 3시간 30분 동안 미행하기도 했다.
이후 A씨는 청부살인 착수금 명목으로 B씨에게 현금 1억3천만원을 건넸다.
다행히 이들의 계획은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고, A씨는 경찰에 자수했다.
검찰은 A씨와 B씨를 살인예비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울산지법 형사5단독 이상엽 부장판사는 A씨에게 살인예비 혐의를 적용해 징역 2년을 선고하고, 1억3천만원 추징을 명령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B씨에게는 살인예비 대신 예비적 공소사실인 사기 혐의를 적용,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B씨에게 살인예비의 고의가 있었다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면서 "그러나 범행을 위한 장비를 구매하거나 범행을 의뢰할 외국인과 접촉했다는 증거가 없는 점, 범행을 위한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고 A씨 연락을 피한 점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의사나 능력 없이 A씨를 속여 돈을 가로챘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는 이혼소송 중인 배우자를 살해할 목적으로 돈을 준비해 살해를 의뢰하는 등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면서 "경찰에 자수한 이후에도 B씨에게 살해 행위에 착수할 것을 종용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B씨는 범행 예비행위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 했던 점에서 죄질이 불량하다"면서 "다만 편취액 중 1억원은 경찰에 임의제출하고, 2천만원은 A씨에게 돌려주고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