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해 정부는 다주택자의 투기를 막는다는 취지로 부동산 세금 규제를 꺼내들었습니다.
세금 납부의 기준이 되는 공시지가가 오르면서 고율의 세금을 내야하는 가구도 크게 늘었는데요.
막상 이들 가구의 소득은 늘지 않아 세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주비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8억 7,272만 원.
이 중 중형평형의 가격은 10억 원을 웃돕니다.
중위가격은 시세의 중간값으로, 최근 이 년 새 34%가 뛰면서 서울 아파트 중위매매가는 9억 원 선에 육박했습니다.
부동산 시장에서 주택가격 9억 원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큽니다.
9억 원이 넘으면 정부에서 고가 주택으로 분류해 세금을 높게 매기기 때문입니다.
양도세나 취득세는 실거래가 9억 원을 기준으로, 종부세는 공시지가 9억 원을 경계로 과세 여부가 갈립니다.
종부세는 당초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겠다는 부유세 개념으로 시작됐는데,
서울의 집값 상승으로 9억 원짜리 집에 사는 게 보통인 수준이 되면서 추가로 세금을 내는 게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인터뷰] 이현/ 직장인
"집값이 직접적인 소득하고는 연결이 되지 않잖아요. 국민들 대부분이 공감할 부분이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 당국에서도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치를 고민해야 될 것 같아요."
공시가격 상승은 재산세 부담으로도 이어집니다.
서울에서 재산세가 부담 상한선인 30%까지 오른 가구는 2년 만에 5.6배 급증했습니다.
강남 3구와 마·용·성 등 집값이 급등한 지역 뿐 아니라, 금천구와 동대문구, 동작구 등도 재산세 폭탄을 맞았습니다.
[인터뷰] 문대영 / 직장인
"제대로 걷혀서 국민들에게 쓰이면 되는데 추가로 걷히기는 하는데 잘 안 쓰이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지난해 9.13 대책에서 세금 규제를 강하게 꺼내든 건 투기수요를 억제하고, 다주택자 매물을 확보해 공급을 늘리겠다는 의도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보유세를 올리면 취·등록세 등 거래세를 낮춘다는 과세의 일반 원칙도 논의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똘똘한 한 채 선호가 강해지며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올라갔고, 일부 다주택자는 버티기에 들어갔다는 부작용이 나왔습니다.
현재 2주택자 이상부터는 양도세가 중과돼 집을 팔고 싶어도 팔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인터뷰] 원종훈 / KB증권 세무팀장
"매각할 때도 세금 부담이 있고, 그냥 보유하자니 보유세에 대한 부담이 상당히 커지는 분위기고 절대적으로 부동산 거래가 줄어드는 다른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올해 부동산 보유세는 1년 전보다 2조 원 더 걷혀 15조 5,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부동산으로 걷힌 세금이 국민의 주거 안정을 위한 투자로 선순환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한국경제TV 이주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