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 불청객'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고 있다.
21일 수도권을 중심으로 올 가을 첫 농도 미세먼지 예비저감조치가 시행된 가운데, 내년 봄까지 미세먼지 농도가 꾸준히 높아질 것으로 전망돼 주의가 요구된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대기오염도 홈페이지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현재 농도는 전국 17개 광역 시·도 모두 '좋음' 또는 '보통' 범위다. 하지만 늦은 오후부터 수도권과 충남 등에서 '나쁨' 수준으로 대기 질이 악화할 것으로 예보됐다.
초미세먼지(PM-2.5) 농도 범위는 '좋음'(0∼15㎍/㎥), '보통'(16∼35㎍/㎥), '나쁨'(36∼75㎍/㎥), '매우 나쁨'(76㎍/㎥ 이상)으로 구분된다.
예보대로라면 서울의 하루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7월 18일 이후 약 3개월 만에 처음으로 '나쁨' 수준이 되는 셈이다.
최근 몽골 남부와 중국 북부 지역에서는 황사가 발생해 대기 질이 나빠졌다. 입자 크기에 따라 주로 미세먼지(PM-10)로 분류되는 황사와 함께 화석 연료 사용에 따른 초미세먼지(PM-2.5)가 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흘러들어올 것으로 전망된다.
22일(내일) 하루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도 수도권과 충남이 '나쁨'으로 예보된 상태다.
다만, 일본으로 향하는 제20호 태풍 '너구리'의 영향으로 맑은 동풍이 불면서 수도권 등에 정체돼 있던 미세먼지가 서해로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 여름철 낮은 농도 가을부터 상승…연중 최고는 3월
서울의 작년 월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10월 14.6㎍/㎥로 높아진 뒤 11월 28.2㎍/㎥로 치솟았다. 서울 월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은 달은 3월로, 작년 3월에는 34.2㎍/㎥에 달했다.
미세먼지 농도는 여름에는 낮았다가 가을부터 봄까지 높아지는데, 한반도를 둘러싼 기압계와 깊은 관련이 있다.
윤기한 기상청 통보관은 "북태평양 고기압이 강해지는 여름에는 우리나라에 오염 물질이 섞이지 않은 남동풍이 많이 분다"며 "하지만 가을에는 우리나라가 이동성 고기압에 들어 날씨가 맑고 바람이 불지 않는 가운데 서쪽에서 바람이 불면서 대기오염물질이 유입될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반도는 편서풍 지대에 속해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바람이 분다. 여름철 우리나라 기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이 가을로 접어들면서 약해지면 서풍 영향을 더 많이 받게 된다.
중국과 북한의 대기오염물질이 북서풍을 타고 국내에 유입된 뒤 이동성 고기압 등의 영향으로 대기 흐름이 정체되면, 미세먼지가 한반도 상공에 갇히게 된다.
중국과 북한에서 추수 후 짚단을 태우면서 발생한 연기와 겨울철 석탄 등으로 난방을 하면서 생긴 대기오염물질은 우리나라 미세먼지 농도를 높이는 요인들로 꼽힌다.
◇ 국내 발생 미세먼지도 많아…오염물질 배출 줄이기 '안간힘'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고농도 시기에는 국내에서 발생한 대기오염물질도 중국이나 북한에서 온 미세먼지 못지않게 큰 영향을 미친다. 다만 국내와 국외의 영향 비중을 계량화해 비교하기는 쉽지 않다.
환경부는 지난해 고농도 시기에 중국 등 국외 미세먼지가 우리나라에 미친 영향이 '최고 60%에 달한다' 식으로 수치를 제시한 적도 있지만, 이처럼 계량화하기는 무리이며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 견해다.
장영기 수원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는 "대기 흐름상 우리나라 미세먼지를 국내발, 국외발로 구분해 그 비중을 수치로 제시하기는 대단히 어렵다"며 "분명한 것은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도 많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석탄화력발전소, 대형 사업장, 노후 경유 자동차 등이 미세먼지 주범으로 꼽힌다.
이에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시행할 강력한 미세먼지 감축 대책을 최근 발표했다.
환경부는 고농도 초미세먼지가 발생하면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4단계의 위기 경보를 내리고 단계별 대응에 나서겠다는 내용의 '미세먼지 재난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을 제정해 최근 공개했다.
미세먼지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