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축구 '평양 원정경기' 녹화중계도 못 본다…"초유의 일"

입력 2019-10-17 10:04
수정 2019-10-17 10:50


지상파 3사가 최후까지 매달렸던 월드컵 축구 대표팀의 '평양 원정' 남북한 경기 방송이 결국 녹화 중계마저 무산됐다.

KBS는 17일 "이날 오후 5시 방송 예정이었던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축구 아시아지역 2차 예선 3차전 남북한 간 경기의 녹화 중계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상파들은 이날 이른 오전 영상이 DVD 형태로 선수단을 통해 들어오는 대로 분량이나 그림 상태 등을 확인한 뒤 방송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KBS는 이날 북한에서 건너온 DVD 형태의 영상을 건네받았지만 '기록용' 정도에 불과하며, '방송용'으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 취소 사유는 공식화하지 않았으나 관중도 없이 치러진 비정상적인 경기를 방송하기에는 어렵다고 본 것으로 읽힌다. 대부분 방송이 HD(고화질)로 이뤄지는 국내 방송사 환경에 적합하지 않은 영상을 전달받았다는 말도 있다.

아울러 이번 경기는 A매치답지 않게 인조 잔디에서 열려 매끄럽지 못하게 진행됐고, 북한 선수들은 매우 거친 플레이를 펼쳐 우리 선수들이 부상 위협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팀 에이스 손흥민은 귀국 후 인터뷰에서 "상대가 많이 거칠게 나왔다. 심한 욕설이 오가기도 했다"면서 "이런 경기에서 부상 없이 돌아온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가뜩이나 우리 측이 '저자세'로 이번 중계권을 놓고 협상을 벌인 데 대해 비판 여론이 큰 상황이라 방송을 취소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 이르렀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15일 오후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남북 간 축구 대결은 생중계와 관중, 취재진이 없는 이례적 상황에서 0대 0 무승부로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