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여왕 연설, 브렉시트 ‘운명의 한 주’]
현지시간 14일 영국 웨스트민스터 의사당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65번째 여왕 연설, "Queen’s Speech"를 가졌습니다. 여왕 연설은 의회의 새 회기가 시작할 때 행해지며, 여왕은 상원 연설을 통해 정부의 주요 입법안을 소개한 뒤 승인을 요청하는데요, 여왕의 연설임에도 불구하고 통상적으로 주요 각료들이 대신 연설문을 작성해 왔습니다. 따라서 이번 여왕 연설을 통해서도 역시 보리스 존슨 총리의 브렉시트 계획을 엿볼 수 있었다는 평가입니다.
하지만 외신들은 엘리자베스 여왕이 개원 연설에서 브렉시트가 영국 정부의 우선순위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많은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정확하게는 “POINTLESS”, "핵심이 없다"고 짚었는데요, 여왕의 연설 먼저 들어보시죠.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10월 31일, 유럽연합을 떠나는 것은 언제나 영국 정부의 우선순위가 되어왔다. 나의 정부는 EU와 자유무역, 그리고 친근한 협동에 기반을 둔 새로운 파트너십을 맺는 것을 향해 일하고 있다”
저널은 "이번 연설을 시작으로 영국이 '운명의 한 주'를 맞게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이번 연설 이후 영국 의회는 15일부터 본격적인 토론에 돌입했고, 뒤이어 EU 정상회의가 열리게 됩니다.
브렉시트 재협상 타결을 위한 집중적인 논의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여왕 연설을 통해 주요 입법안을 내놓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오늘 하원에 출석한 자리에서 “우리는 10월 31일 EU를 떠날 것이다. 브렉시트를 해내자!”라고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총리실 대변인도 언론 브리핑에서 “협상은 여전히 건설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다만 여전히 할 일은 많이 남아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브렉시트 강행을 주장하는 존슨 총리의 바람대로라면 영국은 10월 31일 현지시간으로 오후 11시, 유럽연합을 탈퇴하게 될텐데요, 무엇보다 관건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입니다. 17~18일 이틀 동안 열리는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영국의 EU 탈퇴를 앞두고 EU 정상들이 모이는 마지막 자리인만큼 브렉시트 합의 또는 연장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인 19일은 영국 의회가 설정한 브렉시트 재협상 시한인데요, 영국 의회는 이날 특별 회의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의회가 토요일에 소집되는 건 1982년 4월 3일 ‘포클랜드 분쟁’ 발발 이후 처음이라고 하니 이번 사안이 얼마나 중요하고 긴박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겠죠?
EU와의 협상 여부는 불투명합니다. 미셸 바르니에 유럽연합 브렉시트 수석대표는 어제 영국과의 실무협상 이후 EU 외교관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직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고, 영국이 제시한 계획은 매우 기괴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메르켈 독일 총리 역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브렉시트 이후 영국은 미국, 중국과 함께 유럽의 경쟁자가 될 것”이라며 브렉시트에 대한 강한 우려감을 표시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협상을 성사시키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모습입니다.
주식시장은 우선 기대감보다는 우려감이 우세한 상황입니다. 오늘 유럽과 뉴욕증시는 브렉시트 불확실성에 약세를 나타냈는데요,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EU 정상회의에서의 브렉시트 합의 기대는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EU 쪽에서 계속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치밀한 밀고 당기기 속에 과연 어떤 결과가 도출될 지 브렉시트 ‘운명의 한 주’를 함께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