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1단계 합의'를 두고 주요 외신들은 전문가의 견해를 빌려 일단 '중국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베이징 소재 컨설팅업체 '가베칼 드래거노믹스'의 아서 R. 크뢰버 수석연구원은 미·중 부분 합의에 관해 "당신이 중국이라면 결과에 매우 만족할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미국동부 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1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양측이 미국 농산물 구매, 통화정책, 지식재산과 보호를 다루는 1단계 합의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미니딜'에 따라 중국은 연간 400억∼500억달러(약 47조∼59조원) 규모로 미국 농산물을 수입하기로 했고, 미국은 15일부터 2천500억달러(약 297조원) 규모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30%로 인상하려던 방침을 보류했다.
미국은 추가 관세를 이미 보류했지만 중국의 약속이 이행되려면 상당한 작업이 남아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실제로 관세 인상 보류 대가로 약속했다는 농산물 구매 규모를 놓고 중국 측으로부터 확인이 나오지 않았다.
크뢰버 연구원은 "협상이 길어질수록 더 유리하다는 게 그동안 일관된 중국의 협상 방침이었다"이라며, 중국이 관세 인상 저지에 성공하고 시간 끌기에 나서리라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공개한 중국의 농산물 수입 규모가 중국이 이미 2년 전에 제시한 것과 같고 지재권 보호와 통화정책 개선 약속은 세부사항이 알려지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합의가 장기간 '무역 전쟁'을 벌이며 세계 경제를 불안하게 만든 가치가 있는 결과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부분적 합의의 내용은 애초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목표에 현저히 미달하고 양국 간 현안 해소 효과도 미미하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중국팀장 출신의 에스워 프러새드 코넬대 교수는 "양국 사이 무역·경제 갈등의 주요 원인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해소하지 못했다"고 혹평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지낸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 소장도 이번 합의가 지난 2년간 미국 재무부와 상무부가 시도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한 여러 협상안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커틀러 소장은 "'중량감 있는' 합의가 아니고 '경량급' 합의에 가깝다"면서, 향후 몇 주간 추가 협상에서 성과가 더 줄어들 여지가 있다 우려했다.
AP통신도 '미·중 무역전쟁 타결에도 분쟁 여지가 여전히 크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합의의 각론에서 많은 부분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시각을 전했다.
보수 성향의 미국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는 "대통령은, 중국으로부터 많은 양보를 이미 받아낸 양 행동하고 있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