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부가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한 복면금지법을 발표한 날 세계적인 스타 주윤발(周潤發·저우룬파·64)이 마스크를 쓰고 거리로 나와 홍콩 시민들의 찬사를 받았다.
10일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이 복면금지법을 발표한 지난 4일 홍콩 시민들은 이에 반발해 홍콩 전역의 거리로 쏟아져 나와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날 홍콩 시민들은 거리에서 검은색 모자와 검은색 옷, 검은색 마스크를 쓴 주윤발을 발견했다.
홍콩 시위대가 검은색 옷을 입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는 이날 온몸으로 복면금지법에 대한 항의의 뜻을 나타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본 한 여성이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하자 평소 팬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는 주윤발은 이에 흔쾌히 응했다.
검은색 마스크를 쓴 주윤발이 여성과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은 이후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서 퍼져나갔고, 홍콩 시민들은 찬사를 보냈다.
홍콩 시민들은 "역시 주윤발이다", "진정한 영웅본색이다", "행동으로 홍콩 정부에 대한 불만을 보여줬다" 등의 찬사를 쏟아냈다.
주윤발은 1980∼1990년대 '영웅본색'(英雄本色) , '첩혈쌍웅'(牒血雙雄) 등 홍콩 누아르 영화를 통해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아시아의 대표 톱스타로, 여러 편의 할리우드 영화에도 출연했다.
어린 시절 무척 가난하게 자란 주윤발은 배우로서 성공한 이후 다양한 자선활동을 벌여 홍콩 시민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가 대표작인 영웅본색에 출연하게 된 것도 감독인 오우삼이 어느 날 신문을 보다가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주윤발의 기사를 읽고 그를 만나보기로 한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평소 지하철을 즐겨 타는 등 검소한 생활로 유명한 주윤발은 전 재산인 56억 홍콩달러(약 8천500억원)를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중화권 배우로는 대만 출신의 세계적인 배우 서기(舒淇·수치), 영화 '무간도'에 수사국장으로 출연했던 홍콩의 대표 배우 앤서니 웡(黃秋生), 여러 홍콩 누아르 영화에 출연해 한국 팬들에게도 친숙한 배우 채프먼 토(杜汶澤) 등이 있다.
이들은 거대한 중국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는 불이익을 무릅쓰고 용감하게 시위 지지 발언을 했다.
반면에 주윤발과 더불어 홍콩을 대표하는 톱스타인 성룡(成龍·청룽)은 친중국 행보를 이어가 대조를 이룬다.
홍콩 시위대가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바다에 버리자 성룡은 중국 관영 중앙방송(CCTV)과 인터뷰에서 "오성홍기의 수호자가 되겠다"고 밝히는 등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홍콩 시위를 비판하고 중국 중앙정부를 지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