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까지 세계 10대 수출대국 가운데 한국의 수출 감소율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무역 분쟁과 세계 경제 둔화 등 각종 악재 속에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가리지 않고 교역이 감소하고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한국의 수출 부진이 두드러진다.
◇ 10대 수출국 2.8%↓…감소폭 1위 한국 8.9%↓
6일 세계무역기구(WTO)의 주요국 월별 수출액 통계를 바탕으로 세계 10대 수출국의 1∼7월 누계 수출액 증감률(전년 대비)을 비교한 결과 한국의 감소율이 가장 컸다.
세계 10대 수출국은 지난해 수출액 기준으로 1∼10위에 해당하는 중국·미국·독일·일본·네덜란드·한국·프랑스·홍콩·이탈리아·영국이다.
한국의 1∼7월 누계 수출액은 3천173억3천600만 달러(약 380조원)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8.94% 줄어들었다.
두 번째로 감소 폭이 큰 곳은 홍콩(-6.74%)이며, 독일(-5.49%)과 일본(-5.03%), 영국(-4.62%)도 5% 안팎의 감소율을 보였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은 미중 무역분쟁의 한가운데서도 수출액이 1년 전보다 0.59% 늘어나 10개국 가운데 유일하게 증가세를 보였다. 미국의 경우 0.90% 감소했다.
10대 수출국을 모두 합쳐보면 1∼7월 수출액은 5조6천64억달러였고, 1년 전보다 2.84% 줄었다.
세계 10대 수출국의 1∼7월 수출액이 감소로 돌아선 것은 2016년 5.14% 줄어든 이래 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 7월 한달 韓 수출 11%↓…한일 수출분쟁에도 日 수출 늘어
올해 들어 주요국이 모두 교역 감소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7월 한 달만 떼어놓고 보면 한국 수출 부진이 유독 두드러진다.
7월은 일본이 한국으로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 등 디스플레이·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 포괄허가를 개별허가로 전환한 시점이다.
7월 한국의 수출액은 460억9천200만 달러로, 작년 동월보다 11.04% 줄었다.
노딜 브렉시트의 그늘 속에 정치적 혼란이 가중된 영국(-11.33%)에 이어 두 번째로 감소 폭이 컸다.
한일 수출갈등의 또 다른 당사자인 일본의 7월 수출액은 정작 달러 기준 1.3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달 중국은 3.34% 수출이 증가했다.
1∼6월 상반기 감소 폭과 비교해보더라도 7월 수출액을 합산했을 때 한층 감소 폭이 벌어진 것은 영국, 홍콩과 한국 3개국에 그쳤다.
◇ 세계경제 불확실성 1997년 이후 최대…내년 'R' 공포
이처럼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에 미중 무역분쟁까지 겹치면서 세계 경제정책 불확실성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6일 '세계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 홈페이지를 보면 8월 세계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구매력 평가 기준)는 348.0을 기록했다.
이 지수는 미국, 중국, 일본, 한국 등 주요 20개국 기사에서 불확실성 관련 단어가 언급된 빈도를 바탕으로 각국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가중평균해 산출된다. 1997∼2015년 평균을 100으로 놓고 기준선보다 높으면 장기 평균보다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만이 아니라 정치 이슈와 연관성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스콧 베이커 노스웨스턴대 조교수, 닉 블룸 스탠퍼드대 교수, 스티븐 데이비스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가 개발했으며 불확실성 관련 연구에 널리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지난 8월 지수는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97년 이후 가장 높았다. 미중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달은 가운데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탓으로 보인다.
8월 초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는 '포치'(破七) 현상이 나타나자 미 재무부는 중국을 환율 조작국 명단에 올렸다. 두 나라는 '관세 폭탄'도 주고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천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예고했으며 중국도 맞불 관세로 대응했다.
다만 9월 들어 미국이 일부 품목에 대한 관세부과를 연기하고, 중국도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면제하면서 일시 휴전 상태다.
미국에서는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며 경기침체(R) 우려가 커졌다. 이에 8월 14일 뉴욕 증시에서는 다우지수가 올해 들어 최대 폭인 800포인트(3.05%) 급락하기도 했다.
미중 갈등이 쉽사리 해소되지 못하면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하반기로 예상됐던 반도체 경기 반등 시기도 내년 상반기 혹은 그 이후로 미뤄지는 분위기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달 27일 "반도체 경기가 회복 시기에 진입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며 "무역분쟁의 전개 양상과 반도체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할 것인지는 지금 자신 있게 말하기 곤란하다"라고 밝혔다.
디지털 전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