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탄핵조사 돌입…절차와 가능성은

입력 2019-09-25 09:52
수정 2019-09-25 09:54


미국 민주당이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우크라이나 의혹'과 관련해 하원에서 공식적인 탄핵 조사 개시 방침을 발표함에 따라 향후 절차가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을 끈다.

뉴욕타임스(NYT)와 CNN 방송,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 대통령 탄핵 절차는 하원에서 탄핵 조사를 거쳐 탄핵소추안을 제출해 전체 의석의 과반 찬성으로 의결하면 상원으로 넘겨 탄핵 재판이 진행되는 식으로 이뤄진다.

우선 하원은 각종 위원회를 통해 탄핵 절차에 필요한 증거를 확보하고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탄핵 조사에 나설 수 있다.

통상 초기 조사는 법사위가 맡는 경우가 많지만, 다른 위원회도 선택될 수 있다. 법사위가 관할하는 소위원회나 태스크포스(TF)를 지정해 임무를 맡길 수도 있다. 특별위원회를 꾸려 진행하기도 한다.

이번의 경우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6개의 상임위가 관련 조사를 진행할 것을 지시한다"고 밝혀 우선 관련 상임위에서 조사가 진행되고 그 결과가 법사위로 전달될 가능성이 있다.

법사위는 탄핵 조사를 통해 대통령의 혐의를 파악해 제시하며 이를 토대로 하원은 결의안 형태로 탄핵소추 여부를 결정한다. 헌법상 탄핵소추 과정은 형사법 체계상 기소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하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되면 상원으로 공은 넘어간다.

상원은 탄핵 심리를 열어 증거를 판단하고 증인을 소환해 진술을 청취하며 일종의 탄핵 재판을 진행한다. 이때 탄핵 재판장은 상원의장을 겸하는 부통령이 아닌 연방대법원장이 맡는다.

미 헌법상 공직자에 대한 탄핵 심판 권한은 상원이 갖고 있다. 즉 하원은 검사, 상원은 배심원, 대법원장은 판사 역할을 나눠 맡는 방식이다.

한국의 경우 헌법재판소가 독립적으로 설치돼 탄핵 심판을 비롯한 헌법재판을 소화하지만, 헌재가 없는 미국에서는 연방대법원이 헌법재판을 함께 맡는다.

상원에서 심리를 거쳐 전체 의석 3분의 2 찬성으로 탄핵안이 가결되면 대통령은 탄핵당하고 즉시 대통령직이 박탈된다. 이후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넘겨받아 수행한다.

상원의 재판 규칙은 따로 명확히 규정된 게 없다. 상원은 탄핵 재판 절차를 정하는 결의안을 통과 시켜 증인의 수와 증언 대상 등 심리에 필요한 규칙을 정할 수 있다.

과거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리 규칙은 증인의 수 등 증거 수집을 제한해 혐의 입증이 어려웠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에서 탄핵 대상은 대통령, 부통령을 포함한 모든 공직자에 해당하며 탄핵 사유는 반역죄, 수뢰죄, 기타 중대한 범죄(high crime)와 비행(misdemeanor)을 저지른 때에 한한다.

연방 헌법에는 대통령, 부통령과 공무원은 반역, 뇌물 수수, 또는 그 밖의 중범죄 및 비행으로 인한 탄핵과 유죄 확정으로 면직된다고 규정돼 있다.

어떤 행위가 '중대한 범죄'와 비행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개념이 성립돼 있지 않다. 이 용어는 성문법이 없는 영국의 관습법 전통에서 유래한 것이다.

NYT는 이와 관련, 이는 본질적으로 고위 공직자에 의한 권력 남용을 의미하며 반드시 일반적인 형법 위반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연방 헌법은 개별 법률처럼 많은 내용을 상세히 규정하지 않아 탄핵이 가능한 범죄의 구성요건이나 이에 대한 해석에 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따라서 입증 기준도 확립돼 있지 않다고 NYT는 전했다.

그동안 미국에서 대통령 탄핵이 추진된 사례는 3차례 있었다. 2명에 대해서는 탄핵안이 하원을 통과한 바 있다.

1868년 앤드루 존슨 전 대통령과 1998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은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은 통과하지 못했다.

1974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경우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하원 법사위가 조사에 나선 뒤 하원 전체로 넘겨 표결에 나서기 전에 자진 사임했다.

또 클린턴 사례는 1978년 제정된 정부윤리법에 따라 도입된 독립검사 제도를 근거로 임명된 특별검사의 수사가 진행된 점도 이전 사례와 다소 다르다.

미국은 탄핵 제도의 원조이지만, 미국에서는 탄핵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지 않는다. 연방 헌법에 이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CNN과 로이터에 따르면 하원 의석 수는 총 435석으로 과반이 되려면 218석을 차지해야 한다. 현재 의석 분포는 민주당 235석, 공화당 198석으로 민주당이 과반을 점하고 있다. 이밖에 공화당에서 유일하게 트럼프 탄핵을 거론하다가 지난 7월 전격 탈당해 무소속이 된 저스틴 어마시 의원이 있고, 나머지 한 자리는 공석이다.

이에 따라 하원에서 탄핵 조사를 거쳐 소추안 투표까지 이뤄질 경우 민주당 내 이탈표가 대거 발생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탄핵안이 하원을 통과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상원(100명)은 공화당 53명, 민주당 45명, 무소속 2명의 분포여서 민주당의 탄핵 시도가 성사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상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되려면 3분의2(67석)의 찬성이 필요하기도 하다.

하원의 이번 탄핵 조사 개시는 엄밀한 법적인 의미에서는 탄핵이라는 법적 조처를 하기 위한 수순이다. 일종의 법적 절차 '전(前) 단계'다. 그러나 정치적·포괄적 의미에서는 큰 틀의 탄핵 절차가 사실상 시작됐다는 점에서 정치적 파장과 함께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