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에 물 폭탄을 몰고 온 태풍 '타파'가 한반도를 휩쓸면서 인명·재산피해가 속출했다.
최대 700㎜ 이상 폭우와 함께 순간 풍속 초속 42.2m에 달한 괴물 태풍은 육지에 상륙하지 않고 대한해협을 지나갔는데도 전국 곳곳에 큰 피해를 남겼다.
먼저 21일 밤 10시 25분께에는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한 2층 단독주택을 떠받치는 기둥이 붕괴해 주택 일부가 무너졌다.
이 사고로 주택 1층에 거주하는 A(72) 씨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주택 잔해에 깔려 9시간여 만인 22일 오전 7시 45분께 숨진 채 발견됐다.
이어 오후 3시 55분께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동대구분기점 진출입로에서 포항을 출발해 동대구로 가던 시외버스 1대가 빗길에 미끄러지며 가드레일을 받고 도로 옆 10m 아래로 추락했다. 승객 1명이 숨졌고 18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앞서 오후 1시 15분께 울산시 울주군 온산항 유화 부두에서는 선장 A(66)씨가 자신의 선박(연락선)이 표류 중이라는 연락을 받고 나와 배를 인양하려고 해경 경비함을 타고 가는 도중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숨졌다.
하지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태풍 영향권에 들기 전에 피해가 발생했다는 이유 등으로 사망자 3명을 태풍 피해 사망자로 공식 집계하지는 않았다.
역시 중대본 집계에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부산에서만 강풍에 밀려 넘어지거나 빗길에 미끄러지는 등 20명이 다쳤다.
오전 9시 33분께는 경북 고령군 성산면 한 공영주차장에서 무너진 담벼락에 80대 남성이 깔렸고, 오후 2시 52분께 전남 곡성군 한 초등학교 체육관의 통유리가 깨져 40∼50대 남성 1명과 여성 3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주시 건천읍 한 기도원에서는 오후 3시 26분께 건물 안까지 차오른 물을 미처 피하지 못한 70대가 소방당국에 구조되기도 했다.
오후 6시께는 경남 사천시 동금동 한국전력 건물 인근에서 지붕 패널이 아래로 떨어져 행인 1명이 다쳤다.
부상자가 속출했지만, 중대본이 밝힌 인명피해는 이날 전남 목포 한 교회에서 무너진 외장 벽돌에 머리를 심하게 다친 55세 여성이 유일했다.
부산에서는 강풍 사고 안전 조치와 구조작업에 나선 소방관 2명도 다쳤다.
가장 먼저 '타파'의 강풍 반경에 든 제주에는 전날부터 최대 778.5㎜(어리목)의 물폭탄이 쏟아지고 초속 40m 이상의 강풍이 불어 농경지와 도로, 주택 등이 침수됐다.
건물 외벽 타일과 벽돌 등이 파손되거나 유리창이 깨진 곳도 있었으며, 간판이 강풍에 떨어지거나 교통표지판과 가로등이 쓰러지는 등 시설물 피해가 잇따랐다.
전남도에서는 나주·신안·해남·진도·목포에서 496㏊의 농경지 침수 피해가 접수됐다.
전북에서도 지붕 파손 등 4건의 물적 피해와 49㏊ 농경지에서 농작물이 쓰러지거나 물에 잠기는 피해가 발생했다.
제주와 울산 등에서 도로 침수 22건이 발생했고 가로등·교통표지판·신호등 등 파손은 27건으로 파악됐다.
민간시설 중에서는 주택 7동과 농경지 6개소 총 20만6천㎡가 침수됐다.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는 담장 하부 축대가 넘어졌고 부산과 울산에서 어선과 요트 등 선박 5척이 좌초·표류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전국에서 1만5천890가구가 정전 피해를 봤으며 제주도 일부 지역은 단수돼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항공기·여객선 결항과 도로 통제도 이어졌다.
김해와 제주, 김포 등 11개 공항에서 256편이 결항했고 94개 항로의 연안여객선 130척의 운항이 통제됐다.
지리산과 한려해상 등 국립공원 20곳에서 504개 탐방로의 출입이 금지됐으며 경남 거가대교와 국도 2호선 광양 세풍대로 상행선 등 도로 20곳이 통제됐다.
태풍 '타파'는 23일 오전 3시 현재 독도 남쪽 약 140㎞ 부근 해상에서 시속 51㎞ 속도로 북동진하고 있다. 이날 오후 독도 동북동쪽 약 670㎞ 부근까지 이동한 뒤 소멸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풍 타파 피해 속출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