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타파' 할퀸 제주·남부 피해 속출

입력 2019-09-22 23:26


제17호 태풍 '타파'가 제주를 거쳐 남부지방을 지나면서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했다.

무너진 집 안에 있던 노인과 표류 중인 선박을 인양하려던 선주가 숨지는 등 안타까운 인명피해가 잇따랐다. 사고 수습에 나선 소방관과 경찰관이 다치기도 했다.

강한 비바람에 선박이 전복되고, 도로에 있던 신호등과 나무가 꺾였다. 하늘길과 바닷길은 물론 바람에 흔들린 교량이 통제되고, 물에 잠긴 도로 곳곳이 막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22일 오후 7시 기준 민간시설 15건, 공공시설 50건의 피해가 보고됐다.

민간시설 중에서는 주택 4동과 농경지 4개소 총 6천㎡가 침수됐다.

전국에서 8천93가구가 정전 피해를 봤으며 제주도 일부 지역은 단수돼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김해와 제주, 김포 등 11개 공항에서 248편이 결항했고 100개 항로의 연안여객선 166척의 운항이 통제됐다.

21일부터 22일 오후 9시까지 누적 강수량을 보면 제주 어리목 777㎜, 울산 매곡 310㎜, 전남 광양 백운산 238㎜ 등을 기록했다.

최대 순간풍속은 여수 초속 42.2m, 서귀포 지귀도 40.6m, 울산 울기 35.7m에 달했다.

타파는 오후 9시 10분 기준 소형 태풍으로 몸집이 줄어 부산 남남동쪽 약 100㎞ 부근 해상에서 시속 57㎞ 속도로 북동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 23일 새벽까지 동해안을 중심으로 시간당 20∼30㎜의 많은 비가 더 내릴 수 있다.

태풍이 몰고 온 비구름대 영향으로 전날부터 많은 비가 내린 부산에서는 21일 오후 10시 25분께 부산진구 부전동 한 2층 단독주택 기둥이 무너졌다.

이 사고로 1층에 살던 A(72)씨가 잔해에 깔려 9시간여 만인 22일 오전 7시 45분께 숨진 채 발견됐다.

다만 이 사고와 관련해 중대본은 "태풍 영향권에 들기 전에 발생한 사고여서 태풍 피해로 집계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1시 15분께 울산시 울주군 온산항 유화부두 잔교 인근에서 선장 B(66)씨가 자신의 선박(통선)이 표류 중이라는 연락을 받고 나와 배를 인양하기 위해 해경 경비함을 타고 가는 과정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해경은 심폐소생술을 하고 119구조대를 불러 B씨를 인근 병원으로 옮겼지만, A씨는 끝내 숨졌다.

해경은 통선 2척이 강한 비바람과 파도 때문에 서로 이은 줄이 풀려 표류한 것으로 추정했고, A씨 사망 원인 등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오후 3시 55분께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동대구분기점 진출입로에서 포항을 떠나 동대구로 가던 시외버스 1대가 빗길에 미끄러지며 가드레일을 받고 도로 옆 10m 아래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승객 1명이 숨졌고 18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