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과 승무원 337명을 태운 채 대서양 상공을 지나던 여객기가 조종사가 실수로 쏟은 커피 때문에 행선지를 우회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BBC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항공사고조사국(AAIB)이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월 6일 프랑크푸르트를 이륙해 멕시코 칸쿤으로 향하던 독일 콘도르항공 소속 에어버스 330-243 여객기가 아일랜드 새넌 공항에 불시착한 것은 조종장치에 흘린 커피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
AAIB는 당시 이 여객기의 기장(49)이 실수로 뜨거운 커피를 쏟는 바람에 음향조절장치(ACP)가 녹아내리고, 조종실에 연기가 차올라 기장과 부기장이 마스크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상처를 입은 승객이나 승무원은 없었지만, 통신 장애를 우려한 기장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결국 연료를 버리고, 가까운 새넌 공항으로 우회하기로 결정했다.
비행 경력이 1만3천 시간에 달하는 문제의 기장은 덮개가 덮여 있지 않은 커피를 승무원에게 건네받은 뒤 덜 마신 커피잔을 선반에 올려놓았다가 커피를 엎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대부분의 커피는 기장의 다리에 쏟아졌지만, 소량이 주조종석의 ACP에 들어갔고, 몇 분 후 ACP가 뜨거워지면서 버튼 중 하나가 녹아내리며 조종장치 결함과 통신 시스템 장애가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콘도르 항공은 당시 사건 이후 모든 노선에서 제공되는 뜨거운 음료에 덮개를 함께 주도록 규정을 바꾸는 한편, 조종사들에게 음료를 마실 때 주의를 당부하는 공지문을 냈다고 AAIB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