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합법화한 네덜란드에서 치매 환자를 상대로 안락사를 시행했다가 기소된 현지 의사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 AP 통신 등에 따르면 네덜란드 헤이그 지방법원은 이날 안락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현지 의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의사는 2016년 74세 여성 치매 환자를 상대로 안락사를 시행했다가 검찰에 기소됐다. 해당 환자는 사망하기 4년 전 자신의 상태가 크게 악화할 경우 안락사를 원한다고 밝혔고 이후 환자 가족의 동의와 도움 아래 안락사가 시행됐다.
그러나 검찰은 환자가 마음을 바꿨을 수 있는 몇 가지 정황이 있고, 의사가 안락사법에 따라 환자의 정확한 의사를 알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며 기소했다.
이에 대해 해당 의사는 환자의 요청에 따라 안락사를 이행했을 뿐이라며 환자는 죽을 때까지 심각한 치매로 고통을 겪고 있었고 정신적으로 온전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네덜란드에서 안락사 시행과 관련해 의사가 재판에 회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그 결과에 관심이 집중됐다. 만약 재판에서 충분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판결이 났다면 의사는 이론상으로 살인죄가 될 수 있었다.
네덜란드에서 안락사는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며 안락사를 원할 때 등 엄격하고 제한적인 조건에서만 시행될 수 있다.
하지만 법원은 이날 해당 환자는 치매 초기 단계였을 때 명확하게 안락사를 요청했고, 해당 의사는 관련 법에 따라 신중하게 안락사를 시행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또 심각한 치매를 앓고 있던 환자의 상태를 고려했을 때 의사가 해당 환자에게 다시 한번 안락사에 대한 의사를 확인할 필요는 없었던 것으로 봤다.
AP는 이번 판결은 네덜란드의 안락사법이 심각한 치매 환자에게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분명히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검찰은 이번 판결 내용을 면밀히 살펴본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안락사심리위원회에 따르면 이 나라에서는 지난해에만 6천126명이 안락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