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향(加香·flavored) 전자담배를 피우는 미국 청소년들 사이에서 급속히 확산 중인 중증 폐 질환이, 폐의 지질 함유 대식세포(lipid-laden macrophages)와 연관됐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직 사례가 많이 쌓인 건 아니지만, 이런 폐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들의 폐에서 다수의 지질 함유 대식세포가 공통으로 관찰됐다고 한다. 이 발견은 가향 전자담배 흡연자의 폐 질환 진단과 발병 원인 규명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유타대 보건·의학대의 스콧 아베레그 호흡기 내과 부교수팀은 이런 내용을 담은 레터(letter) 형식의 보고서를 6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 의학협회가 발행하는 주간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발표했다.
이날 온라인에 공개된 보도자료( 링크 )에 따르면 대식세포는 동물의 면역기능 유지에 관여하는 대형 아메바형 세포로, 체내 이물질이나 노화 세포 등을 포식하는 기능을 한다. 그런데 전자담배 폐 질환 환자의 폐에서 미세 지질 방울이 잔뜩 포함된 대식세포들이 발견된 것이다.
보고서의 수석 저자인 아베레그 교수는 "아직 확신하긴 이르지만 이런 유형의 폐 질환을 진단하는 데 지질 함유 대식세포가 유용할 거 같다"라면서 "아울러 이런 폐 질환의 발병 원인을 밝히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태 초기에 전자담배 폐 질환 환자의 폐를 정밀 스캔하면 바이러스성 또는 세균성 중증 폐렴처럼 보였다. 그런데 최종 검사 결과는 음성으로 나왔다.
그래서 연구팀은 지금까지 알려진 유사 질병을 배제하고, 환자의 전자담배 흡연 경력을 고려해 다시 검사했다.
지질 함유 대식세포는, 환자의 기관지 허파꽈리를 세척해 채집한 샘플에서 발견됐다.
보고서 제출 시점까지 이 대학의 솔트레이크시티 부속병원을 찾은 전자담배 폐 질환 환자 6명 전원의 폐에서 이런 대식세포가 발견됐는데, 그 후 이런 환자는 10명으로 늘어났다.
아베레그 교수는 "대식세포는 독특한 모양이지만 자주 관찰되지 않는데 (폐에 많이 나타나)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전했다. 전자담배 흡연으로 인한 폐 손상의 잔해 물질 때문에 대식세포가 생겼을 가능성도 있다.
이 대학 병원이 전자담배 폐 질환 환자를 처음 검진한 건 지난 7월이다. 먼저 환자를 본 1차 기관의 진단은 지질성 폐렴이었다.
가향 전자담배 흡연자에게 발생하는 폐 질환은 지질성 폐 질환과 부분적으로 유사하지만, 다른 점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지질성 폐 질환은, 고령자가 유성 완화제(laxatives)를 무심결에 흡입했을 때 주로 발생하고, 폐 X-레이 결과도 전자담배 폐 질환과 다르다.
따라서 전자담배 폐 질환을 신종 지질성 폐 질환으로 분류할 수 있을지 결론을 내려면 더 많은 검사가 필요하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