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 없었던 조국 청문회…靑 임명수순 들어갈 듯

입력 2019-09-06 20:25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6일 국회 법제사법위 인사청문회에서 여야는 조 후보자와 관련한 각종 의혹을 놓고 날 선 공방을 벌이며 정면으로 충돌했다.

그러나 핵심 쟁점이 됐던 조 후보자 딸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 등을 놓고 여야의 주장이 팽팽히 대립한데다 조 후보자의 부적격성을 확실하게 부각시킬 만한 '결정적 한 방'이 나오지 않으면서 야당 내에서 조차 "맹탕청문회"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청와대가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 시한인 이날이 지나면 임명 수순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이날 동남아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문재인 대통령의 주말 결단이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이번 청문회 결과와 함께 조 후보자 임명에 대한 여론의 추이, 검찰 수사진행 상황 등을 폭넓게 고려하면서 임명 여부와 시점을 최종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이 조 후보자를 임명할 경우 국정조사와 특검 추진 방침을 밝힌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이 반발하며 고강도 대여 투쟁에 나서면서 정국 경색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조 후보자 부인인 정경심씨가 딸의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의혹과 관련, 조 후보자가 동양대 총장과 통화했다는 사실을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졌다. 그러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위조 의혹을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조 후보자도 이를 모두 부인했다.

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앞에서는 의혹이 생기기 때문에 해당자와 통화를 못 한다면서 뒷구멍으로 의심되는 사람과 통화했다"면서 "위증 교사에 증거인멸"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동양대 총장이 녹음파일을 갖고 있다고 한다"면서 조 후보자를 압박했다.

장 의원은 조 후보자에게 "후보자 부인이 전화를 두 번 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조 후보자는 최성해 총장과 "짧은 통화를 한 번 했을 뿐"이라면서 "제 처는 (표창장 문제를) 위임받았다고 하고 많이 억울해하는데 조사를 좀 해달라"고 했다면서 '거짓 증언 종용' 의혹은 부인했다.

그는 또 자신의 부인이 최 총장에게 "그대로 대응해줄 것을 부탁드렸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는 항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한국당 김도읍 의원 질의에 "그 문자를 보면 실제 학교에 많은 일이 전결로 처리되지 않느냐고 항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는 "재판에서의 결론에 따라 제 처가 관련이 있다면 그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표창장 위조 의혹을 적극적으로 반박하면서 조 후보자를 지원했다.

김종민 의원은 "동양대 총장 명의로 일련번호가 다른 표창장이 수십장이 나갔다. 제가 확인한 것만 18개"면서 "오늘 아침 표창장에 직인을 찍은 직원이 라디오에 나와서 '내가 추천했다. 봉사활동 한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박주민 의원은 "(딸의) 봉사활동이 있었고 교수가 표창장 추천해 발부됐는데 공교롭게 동양대에서 관리하는 상장과 표창장 형식이 통일되지 않아 지금 혼란이 있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혜련 의원은 "최 총장이 25년 총장을 했는데 7년 전에 이런 표창장이 없었다고 이렇게 확실히 말할 수 있느냐"면서 "인간의 기억력이 그렇게 정확할 수 있는지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조 후보자 아내가 동양대 교수로 오기 전부터 후보자 딸이 봉사활동을 했다고 표창장에 써있다"면서 "표창장이 위조됐다는 것은 거의 확실"이라고 말했다.

조 후보자는 "(배우자의 동양대 교수) 임명 전부터 (딸의 봉사활동이 시작됐다고) 적혀 있는 것은 명백한 오기"라고 답했다.



청문회에서는 조 후보자 부인이 검찰의 동양대 연구실 압수수색 전에 컴퓨터를 반출한 것에 대한 한국당의 추궁도 이어졌다.

조 후보자는 "제 처가 언론 취재 등 난감한 상황이어서 본인도 자기 연구실에 있는 PC 내용을 봐서 점검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해서 가지러 간 것"이라면서 "몸이 안좋은 상태여서 아는 한투 직원이 운전했으며 검찰에서 연락이 와서 임의제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딸의 고교 논문 파일 정보에 작성자 및 최종저장자가 '조국'으로 돼 있는 것에 대한 한국당의 반복 질의에 "제 서재에 있는 PC를 공용으로 쓰고 있다"고 답했다.

청문회에서 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딸의 우간다 봉사활동 논란이나 인턴 품앗이 의혹, 고교 생활기록부상의 허위 인턴 이력 등을 주장하면서 조 후보자를 몰아세웠고 민주당은 한국당의 조 후보자 딸 생활기록부 공개는 불법이라면서 반박했다.

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서울대 학부생, 서울대 대학원생이거나 다른 대학 학생도 있었지만, 고교생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면서 "후보자 딸의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에 기재된 서울대 법대와 서울대 법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활동 이력은 허위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법대 재학생과 대학원생만 지원 자격이 되기 때문에 고교생이 인턴을 하더라도 입력되지 않았을 수 있다"고 반박했고 조 후보자도 의혹을 부인했다.

조 후보자는 또 딸의 우간다 봉사활동 논란에 "딸은 우간다에 직접 가지 않았고 국내에서 지원 활동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밖에 웅동학원이나 사모펀드 관련 등의 의혹도 부인했다.

민주당은 생기부 유출과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 등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철희 의원은 "제왕적 검찰총장"이라면서 "검찰과 본인 외에는 안 갖고 있는 생기부가 돌아다니고 급기야 오늘은 포렌식 한 자료가 청문회장에 돌아다닌다"면서 "검찰 말고 누가 이 자료를 갖고 있겠냐"고 말했다.

같은 당 표창원 의원은 "국회의 고유 권한인 인사청문회가 검찰에 강탈당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검찰의 수사를 비판했다.

조 후보자는 수사 자체에 대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으면서 여권과 검찰의 충돌에는 "양측이 일정하게 서로 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여야가 채택한 11명의 증인 가운데 김형갑 웅동학원 이사만 출석해 여야의 질문을 받았다. 여야간 합의 지연으로 증인이 전날 채택되면서 출석을 강제하기 위한 시간(5일)이 확보되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청문회장에서의 의혹 검증에 한계가 노출된 것이다.

이날 청문회를 거치며 민주당은 조 후보자에 대해 적격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당은 조 후보자의 임명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이날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은 불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일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6일까지 재송부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법적 절차상으로는 7일 0시부터 조 후보자를 장관에 임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