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와인을 2주에 한 번씩만 마셔도 장(腸) 건강에 좋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과 벨기에 과학자들이 국제 학술지 '위장병학(Gastroenterology)' 인터넷판에 발표한 논문 내용이다.
과학자들은 영국·미국·네덜란드 3개국 주민 약 3천 명(영국 쌍둥이 916쌍 포함)을 대상으로 레드 와인·화이트 와인·맥주·청량음료(사이다)의 음용이 장 미생물군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 분석했다.
31일 과학 전문 매체 IFL사이언스(www.iflscience.com) 등 외신에 따르면 레드 와인은 다른 주류와 함께 마셔도 장 미생물군을 건강하게 만드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레드 와인을 마시면 장 미생물군의 다양성이 높아졌다.
레드 와인을 더 많이 마신 쌍둥이는 적게 마신 다른 한쪽보다 건강에 더 이로운 장 미생물군을 갖고 있었다. 또한 레드 와인을 많이 마신 쌍둥이는 비만과 나쁜 콜레스테롤이 생길 위험도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러나 화이트 와인이나 맥주 등을 마신 피험자는 장 미생물군의 개선 효과를 보지 못했다.
과학자들은 레드 와인의 폴리페놀 성분이 이런 효과를 낸 것으로 추정한다.
폴리페놀은 항산화 물질의 하나로, 포도 등 과일이나 채소·견과·통곡류에 많다. 포도에선 특히 껍질에 풍부하고, 백포도보단 청포도에 많다.
레드 와인에는 또한 항산화·항염증 효과가 뛰어난 레스베라톨 성분도 많다.
보고서의 제1 저자인 킹스 칼리지 런던(KCL)의 캐롤라인 르로이 박사(쌍둥이 연구·유전역학과)는 "적당한 양의 레드 와인만 마셔도 장 미생물군의 다양성과 건강을 증진할 수 있다는 게 이번에 입증됐다"라면서 "레드 와인은 2주에 한 번 정도씩 아주 가끔 마셔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학과장으로서 수석저자를 맡은 KCL의 팀 스펙터 교수는 "레드 와인의 장 건강 효과를 탐구한 최대 규모의 연구 중 하나였다"라면서 "그동안 논란도 있었지만, 포도 껍질에 풍부한 폴리페놀 성분이 장 건강에도 유익하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엔 KCL 외에도 벨기에 뢰번 가톨릭대의 VIB 생명과학연구소 등이 참여했다.
분석 자료로는 미국의 '아메리칸 가트 프로젝트(American Gut Project)'와 벨기에의 '플레미시 가트 프로젝트(Flemish Gut Project)'의 보고서 작성용 데이터가 활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