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이재용, 정유라 지원 '말 3마리' 뇌물...2심 다시 하라"

입력 2019-08-29 15:41
수정 2019-08-29 15:30
뇌물 액수 50억원으로 늘어…삼성 "국민께 대단히 송구"
대법원이 '국정농단' 사건 핵심 인물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2심 재판을 전부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박 전 대통령은 뇌물 혐의와 다른 공소사실을 합쳐 형량을 선고한 것이 위법하다는 법리적 이유에서, 이 부회장은 최씨 측에 건넨 뇌물액과 횡령액이 2심 때보다 더 늘어나야 한다는 이유 등에서 2심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이들의 형량은 다시 열리는 2심(파기환송심) 재판을 통해 결정된다. 이 부회장의 경우, 기존 2심 때보다 인정된 범죄혐의가 늘어났기 때문에 형량이 더 무거워질 가능성이 커졌다. 다시 구속될 수도 있다.

박 전 대통령 역시 이날 대법원 판결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서 뇌물 혐의에 대한 분리 선고가 이뤄질 경우 형량이 더 무거워질 가능성이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9일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각각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과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징역 20년 및 벌금 200억원을 선고한 최순실씨의 2심 재판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우선 박 전 대통령의 1·2심 재판부가 다른 범죄 혐의와 구별해 따로 선고해야 하는 뇌물 혐의를 분리하지 않아 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공직선거법은 대통령 등 공직자에게 적용된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상 뇌물 혐의는 다른 범죄 혐의와 분리해 선고하도록 한다. 공직자의 뇌물죄는 선거권 및 피선거권 제한과 관련되기 때문에 반드시 분리해 선고하도록 한 것이다.

이 부회장에 대해서는 2심 재판부가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한 '정유라 말 구입액'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을 문제 삼았다.

이 부회장의 2심은 삼성이 대납한 정유라 승마지원 용역 대금 36억원은 뇌물로 인정했지만, 말 구입액 34억원과 영재센터 지원금 16억원은 소유권이 이전되지 않았거나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뇌물이 아니라고 봤다.

이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말 구입액 자체가 뇌물에 해당하고, 영재센터 지원금도 삼성의 경영권승계 현안과 관련된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지급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최씨에 대해선 미르·K스포츠재단 등의 출연금을 기업에 요구한 행위가 강요죄가 성립될 정도의 협박은 아니라고 판단해, 강요죄 유죄를 선고한 2심 판단이 잘못이라도 판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에 따라 박 전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유죄가 인정된 뇌물 혐의에 대해 다른 범죄 혐의인 직권남용 및 강요 혐의 등과 구별해 따로 선고해야 한다. 범죄 혐의를 한데 묶어 선고하지 않고 분리 선고할 경우 형량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은 뇌물혐의를 다시 판단하고, 뇌물액과 횡령액을 재산정해 형량을 정하는 절차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뇌물혐의가 늘고, 횡령액이 증가한 만큼 징역형의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씨는 2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일부 강요 혐의 등을 무죄라는 취지로 파기됐지만, 형량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삼성은 이날 대법원의 이른바 '국정농단' 판결과 관련, "그동안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주력사인 삼성전자는 대법원 선고 직후 입장문을 내고 이같이 사과한 뒤 "앞으로 저희는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의 수사 및 재판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어 삼성은 "최근 수년간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어왔다"면서 "갈수록 불확실성이 커지는 경제 상황 속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과 성원 부탁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