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짐, 조국의 덫 [권영훈 기자의 청와대는 지금]

입력 2019-08-26 16:17


대한민국이 '조국' 한 사람 때문에 떠들썩하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관련 의혹이 하나씩 나올 때마다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이른바 '진보귀족'이라며 서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대표적인 '386 진보' 학자인 조국 후보자가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을 맡을 때 까지만 해도 권력기관 개혁에 필요한 인물이라며 많은 국민들이 성원을 보낸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가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각종 의혹들이 불거지면서 기존 기득권 세력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여론이 등을 돌리고 있다. 지금 이 순간, 조국 후보자가 가장 힘들겠지만, 그를 지명한 문 대통령 역시 심적고통이 적지 않을 듯 하다. 문 대통령이 사법개혁을 위해 조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지만 걷잡을 수 없는 후폭풍이 우려된다. 정치권에서는 '조국발(發) 레임덕'마저 지적하고 있다. 맹자의 '여민동락(與民同樂)'을 보면 '임금과 백성은 즐거움을 함께 한다'는 뜻이다. 다시말해 '백성에게 고통을 주면서 왕만 즐길 경우 백성은 등을 돌린다'는 성현의 말씀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 조국의 짐

조 후보자는 딸 입시 부정, 일가 사모펀드 투자, 웅동학원 사금고화 등 각종 의혹에 휩싸여 있다. 이 가운데 딸의 고교 시절 논문 공저, 대학 장학금 문제는 사회적 논란을 야기하며 특히 청년층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조 후보자의 딸이 다닌 서울대, 고려대, 부산대에서 촛불집회가 열릴 정도다. 2030세대들은 문재인 정부가 내걸었던 '공정' 가치가 조 후보자 사태로 무너졌다고 비판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TV드라마 '스카이캐슬'을 빗대어 '조국캐슬'이란 신조어까지 나돌고 있다. 나아가 조 후보자의 딸을 두고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를 야기한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와 비교하는 시각마저 있다. 최근 조 후보자는 딸 문제에 대해 공식 사과하면서 인사청문회를 통해 직접 해명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면서도 자진 사퇴할 뜻이 없음을 거듭 밝혔다. 조국 후보자는 "저와 제 가족이 고통스럽다고 하여 제가 짊어진 짐을 함부로 내려놓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가 말한 짐은 무얼까. 문재인 정권 초대 민정수석인 그는 대통령으로 부터 검찰개혁이란 임무를 맡아 진두지휘했다. 그가 말한 짐은 '법무부장관으로 입각해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 조국의 덫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조국 후보자 논란으로 내리막 길로 들어섰다. 최근 한 여론조사기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46.2%. 부정평가는 50.4%로 나타났다. 특히 부정평가가 50%를 넘은 건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이다. 조국 후보자 관련 논란은 장관 임명 여부와 상관 없이 문재인 정부에게 커다란 상처를 입힌 게 분명하다. 특히 청년층들의 마음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숱한 의혹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와 여당 역시 '조국 지키기'에 여념이 없다. 하루빨리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입장을 듣자고 입을 모은다. 국민 절반 정도의 지지를 안고 개혁 인사를 단행하겠다는 거다. 문제는 조 후보자에 대한 검찰고소·고발 건이 10여건에 이른다. 조 후보자가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되더라도 피고발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 때문에 검찰개혁이 쉽지 않아 보인다. 물론, 임명이 안될 경우 마찬가지로 문 대통령 임기가 절반 밖에 남지 않아 검찰개혁은 더욱 요원해질 거다. 한마디로 문 대통령과 조 후보자가 정치적 운명공동체로 묶인 셈이다. '꾀부리는 당나귀'라는 이솝우화가 있다. 이 이야기는 '소금을 지고 가다가 물에 빠져 짐이 가벼워진 것을 안 당나귀가 다음날 솜을 지고 가다가 물에 빠져 더 고생했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조국의 짐이 오히려 덫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