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값에 사들였던 임대주택…재산권 침해 논란 [경제논리 무시한 소셜믹스, 계층갈등 더 심화②]

입력 2019-08-22 17:43
수정 2019-08-22 17:12
<앵커>

그런데 아파트 단지 내 임대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겉으로 보이는 차별 뿐 아니라 그 아래에 있는 경제적 요인도 함께 짚어보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어서 신인규 기자가 그동안의 구조를 살펴봤습니다.

<기자>

단순히 집 가진 사람들의 이기심 때문에 소셜믹스가 적용된 아파트마다 파열음이 일어나는 건 아닐 겁니다.

겉으로 보이는 아파트의 모습 뒤에, 제도와 구조의 문제 역시 살펴보아야 할 부분입니다.

서울에서는 재개발 아파트 단지 안에 일반 아파트와 함께 의무적으로 임대용 아파트를 짓도록 규정합니다.

재개발 조합이 단지 내에 만든 임대주택을 서울시가 사들이는 방식입니다.

시가 책정하는 매입 단가는 정부가 정한 표준건축비와 땅값을 합한 금액에 근거합니다.

서울시의 조례가 바뀌는 2018년 이전까지 시가 임대주택을 확보하기 위해 재개발조합에 지불하는 땅값은 정비사업 완료 전, 개발 이익이 반영되지 않은 수준이었습니다.

실제로 입주가 완료된 재개발 아파트 단지 가운데 서울시와 계약한 임대주택 매매계약서를 보면 단지 내 임대주택의 건축비는 3.3제곱미터당 평균 990만원, 같은 단지 내 일반 아파트는 1,600만원선으로 책정되는 등 60% 이상 차이가 나기도 했다는 게 건설업계의 전언입니다.

재개발 조합 입장에서는 제값을 받지 못하고 땅을 싼 가격에 내 주는 데다 분담금은 조합이 더 내야하는 재산권 침해 문제를 임대주택이 야기하고 있는 겁니다.

지금까지 임대와 일반주택이 섞인 대부분의 재개발 아파트에서는 이같은 제도와 셈법에서 나온 갈등이 깔려 있습니다.

건축 단계에서부터 시작되는 경제적 갈등이 임대와 일반을 구분짓게 만들고, 기존 조합원들로 하여금 임대주택 때문에 손해를 본다는 인식을 갖게 만들어 사회 계층 통합이라는 '소셜 믹스'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게 만들었던 겁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임대주택에 책정되는 비용은 주거 안정을 위한 공적 목적이 있고, 또 이 단계에서 조합이 떠안을 수 있는 리스크가 제거되는 측면도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으로 수도권 재개발 시 임대주택의 의무 비중은 30%으로 늘어납니다.

임대 세입자와 기존 조합원, 일반 분양자들 간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입체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한국경제TV 신인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