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에 따르면 당장 내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생과 재수생 수, 대학진학률 등을 종합해 추산한 '대입가능자원'과 대입 정원이 역전된다.
내년 대입가능자원은 올해보다 4만6천여명 줄어든 47만9천376명으로, 대입정원 49만7천218명(2018년 기준)보다 1만7천800여명 적을 것으로 보인다.
대입가능자원은 이후 지속해서 감소해 5년 뒤인 2024년 37만3천470명으로 40만명을 밑돈 뒤 2030년까지 40만명 안팎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372개 대학·전문대학(기능대학 제외) 입학정원을 토대로 계산해보면 입학정원이 많은 학교부터 차례로 학생이 채워진다고 가정했을 때 대입자원이 40만명인 경우 하위 180개교는 신입생을 한 명도 받지 못한다. 대입자원이 30만명까지 감소하면 252개교가 '새내기'를 구경도 못 하는 처지가 된다.
문제는 상황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통계청이 올해 3월 발표한 장래인구특별추계(중위추계)를 보면 0세부터 만 14세까지 유소년은 2017년 672만명에서 2030년 500만명, 2067년 318만명으로 줄 전망이다
만 6~21세인 학령인구는 2017년 846만명에서 2030년과 2067년 각각 608만명과 364만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학진학을 앞둔 나이인 만 18세 인구는 2017년 61만명에서 2030년 46만명으로 줄어든 뒤 2067년 25만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출생률 반등이 요원한 만큼 대입정원 감축은 불가피하다.
정부도 정책적으로 대입정원 감축을 추진해왔다.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대입정원은 2013년 54만5천여명에서 작년 48만4천여명으로 5년 사이 6만1천여명 줄었다. 이 가운데 약 4만6천명이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나 산업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사업(프라임사업) 등으로 정부가 대학을 사실상 압박해 감축한 인원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또 지난해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옛 구조개혁평가)에서 대학 67곳과 전문대학 49곳 등에 총 1만명 규모의 정원감축을 권고했다.
그리고 2021년 시행될 기본역량평가 때는 정원감축을 권고하지 않고 대신 학생충원율 평가 비중을 높여 대학이 평가 전 스스로 정원을 감축하게 할 방침이다.
기본역량평가 결과가 일반재정지원대학을 선정하는 기준이 되므로 재정지원이 필요한 대학은 '알아서' 정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 학령인구 감소 속도에 놀란 정부가 잔인한 방법을 꺼내 들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교육계는 교육부 방안이 서울에서 먼 지역에 있는 대학부터 순서대로 폐교될 것이라는 의미의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세간의 이야기를 현실로 만들 것이라고 우려한다.
대학교육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2013∼2018년 서울 내 대학 정원은 3.5% 감소(9만771명에서 8만7천572명)했지만 같은 기간 서울 외 수도권 지역 대학 정원은 9.9% 감소(11만1천386에서 10만368명), 이외 지역 대학 정원은 13.6% 감소(34만3천715명에서 29만6천835명)해 지방대의 정원 감소 폭이 컸다.
기본역량진단평가에서 학생 충원율이 중요해지면 상대적으로 학생모집이 어려운 지방대가 상대적으로 더 공격적으로 입학정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 입학할 학생이 없는데 충원율을 높이려면 정원을 줄여야 한다.
특히 입시업계는 수험생들도 수험생이 대입정원보다 적다는 점을 알기 때문에 오히려 서울 내 대학으로 몰려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방대는 '언제든 갈 수 있고 언제 망할지 모르는 대학'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전국교수노조 등 21개 단체가 속한 '대학공공성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교육부의 새 대학정원 감축 정책을 두고 "학생모집에 큰 어려움이 없는 다수 수도권 대학은 정원을 줄이지 않을 것"이라면서 "결국 정원감축이 지역대학으로 집중돼 수도권 편중과 (수도권과 지역 간) 격차를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