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원성' 최고조...정부 '뒷북대응' 우려

입력 2019-08-08 10:37
수정 2019-08-08 11:03
<앵커>

정부가 증시 변동성이 또 다시 커질 경우에, 공매도 규제 강화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연일 언급하고 있습니다

시장에선 대표적인 증시 불안 요소로 공매도를 지목했던 만큼, 발 빠른 대응을 요구하는 분위기인데요.

자세한 내용 취재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증권부 이민재 기자 나왔습니다.

<앵커>

금융당국이 공매도 규제 강화를 언급하곤 있지만 당장 하겠다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기자>

네 맞습니다.

증시 단계별 컨틴전시 플랜, 즉 비상 계획 중 하나로 준비를 해놓고 있다는 말인데요.

앞서 국내 증시가 악화일로를 걷고 공포 심리로 투매가 반복되자, 지나친 불안감은 주의해야 한다며 공매도 규제 강화 등을 언급한 건데요.

일단, 시장 심리 안정을 위해 구두 개입만 한 겁니다.

그럼에도 지난 7일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홍남기 경제 부총리 주재 회의에서 "공매도 규제 강화 방안은 검토를 충분히 했고 언제든지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을 했고

그 전 날에도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관련 규제 계획을 강조를 한 것을 볼 때, 금융당국의 의지만 있으면 공매도 규제 강화는 언제든 할 수는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금융당국의 공매도 규제 강화는 어떤 형식으로 진행되나요?

<기자>

사실 비상계획이기 때문에 절차가 외부에 공개돼 있진 않습니다.

그리고 해당 절차 별 대응 방안도 정량적으로 정해져 있기보다, 정성적으로 그때그때 논의를 거쳐 그 수준과 범위가 정해지기 때문에 유동적입니다.

다만, 컨틴전시 플랜이 총 네 단계로 구성돼 있고, 가장 최악의 경우인 네 번째 단계에서 현재 아래 위로 30%의 가격 제한 폭을 줄이거나, 거래 시간을 단축하는 등의 방안이 적용되게 되는데, 여기에 공매도 규제 강화가 포함돼있단 점은 확실합니다.

국내 증시 전체를 대상으로 한 공매도 규제 강화는 세네 번째 단계로 증시 상황이 더 심각할 때 적용될 가능성이 높고

그 전 단계에서는 일부 업종이나, 코스피, 코스닥 등 구분 지어서 공매도 규제 강화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절차 상 한국거래소가 시장에서 공매도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금융위원회에 승인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는 게 중요한 상황입니다.

<앵커>

그런데 공매도 규제를 강화하는 게 시장에 훈풍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데요.

<기자>

공매도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008년 10월부터 다음해 6월까지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 공매도 금치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그리고 2011년 금융위기 때도 3개월간 공매도가 금지됐었습니다.

그런데 2008년때는 코스닥은 10% 올랐지만 코스피는 3.4% 하락했고, 2011년때는 두 시장 모두 하락했습니다.

즉, 공매도 규제 강화가 주가 반등과 직결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코스닥의 경우에는 투자 심리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NH투자증권은 "공매도 규제 등이 대기 중인 상황이어서 코스닥의 상대적인 수혜가 예상된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외국인 투자자가 2008년 공매도 금지 기간에 순매수를 확대한 것을 볼 때, 현재 자금을 회수 중인 외국인 투자자의 반전을 기대해 볼만 하단 설명입니다.

<앵커>

이런 중에 시장에서는 공매도에 대한 원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는데요.

<기자>

개인투자자와 상장사들의 공매도에 대한 원성은 극에 달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코스닥 상장사 에스모는 공매도를 줄이기 위해 주식 대차를 거부할 것을 주주들에게 요청했고

상상인은 공매도 세력이 코스닥 일부 기업의 악성소문으로 이득을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우려하기도 했는데요

이럴 수 밖에 없는 게, 대차 잔고 주수가 코스피는 18억주, 코스닥 13억주로 갈수록 증가 추세입니다.

코스피의 경우 대차잔액은 52조7천억원 수준으로 연초보다 5천억원 증가한 상황입니다.

공매도 비중도 SK증권에 따르면 2011년 공매도 금지 기간 이후 코스피, 코스닥 모두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공매도 상위 종목을 보면 코스피서는 에스원, 두산밥캣, 한온시스템 등이 이름을 올렸고 코스닥에서는 카페24, 파트론, 엘앤에프 등이 눈에 띕니다.

<엥커>

시장에서는 당연히 공매도 규제 강화에 대한 빠른 대응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일단 증시 흐름을 지켜보자는 입장이니 상황에 따라 뒷북 대응 논란이 일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

금융당국에선 일부 공매도가 매도 보고서 역할을 하는 등 순기능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인해 의견이 분분한 상황입니다.

실제로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신라젠이 공매도가 없었으면 시총 2위보다 (더욱) 거품이 많았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불안한 시장 참가자 입장에선 선제적으로 공매도 규제를 강화해 안정화를 찾아야 한단 의견이 우세합니다.

그렇다 보니 금융당국이 실기, 즉 시기를 놓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컨틴전시 플랜이 적용될 정도로 악화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고, 다음 순은 적절한 대응책이 발 빠르게 시행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현재까지 코스닥의 경우, 추세적인 상승보다는 기술적 반등이라는 분석이 우세한 만큼, 금융당국의 적절한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입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