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주삿바늘 공포증을 덜 수 있는 신개념 약물 전달 패치를 고안했다.
한국연구재단은 배원규 숭실대·정훈의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연구팀이 독사 어금니를 본떠 고분자 약물을 피부 안으로 빠르고 효율적으로 넣는 기법을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주사기는 피부에 약물을 주입할 수 있는 인류 최고 발명품으로 꼽힌다.
1852년 프랑스 샤를 프라바즈가 만들었는데, 독사 송곳니(front fang)와 똑같은 구조다.
배원규·정훈의 교수 연구팀은 다른 독사(rear fang snake)에 주목했다.
어금니 독니를 지닌 꽃뱀류(유혈목이) 독사는 머리에 독을 짜주는 압력기관이 없는데도 먹이나 적을 문 뒤 수 초 만에 독을 전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 분석 결과 이런 현상은 어금니 독니의 독특한 구조 덕분이다.
독니에는 오목하게 패인 3차원(3D) 형상 홈(groove)이 있어서 입으로 깨문 생물 피부에 미세한 홈을 만든다.
그 틈으로 독은 모세관 현상에 의해 아무런 외력 없이 자연스럽게 침투한다.
연구팀은 반도체 공정과 슈퍼컴퓨터 유체 시뮬레이션 등을 거쳐 어금니 모사 구조체 100여개를 배열한 도장 형태 약물 전달 패치를 제작했다.
구조체는 머리카락 굵기 2∼3배 정도로 작은 크기지만, 각각 하나의 주사기 같은 기능을 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실제 동물 실험 결과 패치를 붙이고 특별한 압력을 주지 않아도 5초 만에 유효 성분이 몸으로 들어갔다.
배원규 교수는 "자연을 본뜨는 문제해결 기법을 이용해 기존 주사기 장점을 살리면서도 큰 바늘과 높은 압력에 대한 거부감을 없앴다"며 "160년 넘게 이어져 온 주사기의 대안을 제시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 기술은 화장품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는다.
히알루론산, 비타민A, 천연추출물 등을 눈에 보이는 바늘 없이 피부에 바로 주입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연구는 교육부 기초연구사업 지원으로 수행했다.
성과를 담은 논문은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실렸다.
167년 전에도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진 독사에서 기존 기술 한계를 극복한 점과 약물전달 능력을 인정받아 표지 논문에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