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정적' 구금 중 '입원'…"독성물질 노출 의혹"

입력 2019-07-29 21:36


러시아에서 공정선거 촉구시위를 주도해 체포된 대표적 재야 인사가 구금시설에서 독성 화학물질에 노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개인 주치의 아나스타시야 바실리예바는 28일(현지시간) 나발니가 유독물질에 노출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전했다.

바실리예바는 이날 오후 동료 의사와 함께 병원을 찾아 나발니를 직접 검진한 후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린 글에서, 나발니의 증상은 알레르기가 아니라 독성물질에 노출된 반응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나발니는 이날 구치소에서 부종(浮腫), 발진, 가려움 같은 증상을 보여 시립 병원으로 이송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증상은 전형적인 알레르기 증세인 동시에 독성물질에 노출됐을 때 나타나는 피부 반응이기도 하다.

안과 전문의인 바실리예바는 2017년 나발니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지지자로부터 '염료 공격'을 받아 일시적으로 실명했을 때 그를 치료한 계기로 나발니와 인연을 맺었다.

바실리예바는 "나발니가 제3자에 의한 화학물질 접촉으로 피부에 손상을 입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하고, 적합한 의료적 처치를 하라고 병원 측에 촉구했다.

반면 나발니 측근 레오니트 볼코프는 고의적인 범죄로 보이지는 않는다면서도, 나발니가 지난달 같은 시설에 구금됐을 때에도 피부 증상이 있었던 점을 거론하면서 구금시설의 열악한 위생 상태를 원인으로 의심했다.

나발니의 증세는 생명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날 아침 나발니 대변인 키라 아르미슈는 그가 구치소에서 심한 알레르기성 증세로 입원했다고 공개하면서, 나발니는 종전에 알레르기를 겪은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병원 측은 현재까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나발니 주치의의 판단 외에 화학물질 노출 의혹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지만, 가디언 등 외신은 러시아 당국이나 친정부 단체가 과거 야권 인사와 해외 망명자 의문사·독살 배후로 지목된 적이 여러 번 있다는 데 주목했다.

앞서 2015년 야권 인사 보리스 넴초프가 의문의 총격으로 살해됐고, 지난해 3월에는 영국에서 '이중 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딸 율리아가 러시아군이 개발한 화학물질에 노출돼 치료를 받았다.

나발니는 이달 20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자유·공정선거 촉구 집회를 주도한 후 24일 '불법시위 선동' 혐의로 체포돼 30일 구류 처분을 받았다.

나발니 지지자 등 야권은 러시아 선거 당국이 9월 열리는 시의회 선거에 유력 야권 인사들의 후보 등록을 거부한 데 반발하고 있다.

선거 당국은 "야권 후보들이 제출한 유권자 서명이 가짜이거나 사망자의 서명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들의 후보 등록을 거부해 논란을 일으켰다.

20일 집회에는 2만2천명이 모여 공정선거를 촉구했으며, 전날에도 약 3천500명이 시위에 참여했다.

한편 나발니는 이튿날인 29일 증상이 호전돼 일단 병원에서 구치소로 이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치의 바실리예바는 그러나 "정체불명의 화학물질이 있을 수 있는 구치소 수감시설로 나발니를 다시 이송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바실리예바는 그러면서 나발니의 티셔츠와 머리카락 등을 유럽 국가 전문가들에게 보내 그의 독극물 중독 여부에 대한 감정을 의뢰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