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메이저대회에서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린 고진영(24)이 시상식에서 벅찬 소감을 전했다.
고진영은 28일(현지시간) LPGA 에비앙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에서 버디 5개를 잡고 보기는 1개에 그치면서 4언더파 67타로 경기를 마쳤다. 그는 4라운드 합계 15언더파 269타로 2위 그룹에 2타 앞서며 우승을 차지했다.
경기 후 환한 미소를 지었던 고진영은 시상식이 시작되고 애국가가 울리자 눈물을 쏟았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진짜 안 울려고 했는데 낯선 땅에서 태극기가 하늘에서 내려오고 애국가가 울릴 때는 참을 수 없게 벅찼다"며 "감격스러웠고 한국인이라는 게 굉장히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이날 고진영은 김효주, 박성현과 함께 경기를 치렀다. 리더보드에는 줄곧 한국인 선수 3명의 이름이 선두권을 지켰다.
고진영은 특히 17번 홀에서 쐐기를 박는 버디를 성공시키면서 승리를 자신하는 듯 미소지었다.
고진영은 "리더보드는 안 봤다. 들어갔으면 좋겠다 하고 쳤다. 느낌상 들어가면 뭔가 쐐기가 될 거 같아서 최대한 열심히 하자고 했는데 딱 들어갔다"고 말했다.
공동 2위에 오른 펑산산(중국)은 이날 보기를 1개만 기록하며 선두 자리를 위협했는데, 고진영은 17번 홀 버디를 잡으면서 사실상 우승을 확정지었다.
줄곧 선두를 달렸던 김효주(24)가 14번 홀(파3)에서 트리플 보기를 했을 때 상황에 대해 고진영은 "효주가 운이 없었다. 정확하게 그 마음을 모르지만, 저였으면 슬프고 치기 싫었을 텐데 효주는 끝까지 좋은 플레이를 했다"고 말했다.
전날까지 김효주에 네타차로 뒤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날 고진영의 우승을 예상하기는 쉽지 않았다.
고진영은 "어제 경기 끝나고 기사를 봤는데 제 기사가 별로 없었다. 네타 차도 아직 모르는데 메이저에서 제 기사가 없는 게 속상했다"며 "오늘은 열심히 해서 제 기사가 많이 나오고 저를 아는 분들이 그 기사를 읽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역전승을 이뤄낸 비결을 두고 고진영은 '필드 위 철학자'라는 별명에 어울리게 "혼자 고뇌하는 시간을 좋아하는 거 같다. 사색 즐긴다고나 할까, 어떻게 하면 좋아질지 생각하곤 한다"고 밝혔다.
다음 주 브리티시오픈을 앞둔 그는 "2주 연속 메이저대회를 하는 게 처음이라 체력적으로 매우 힘들긴 할 거 같다"며 "오늘과 내일 잘 회복해서 다음 주 경기도 동기 부여를 잃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고진영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