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첫걸음을 뗀 한국 여자수구가 그 명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한국 선수단을 이끄는 정창훈 단장은 2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2개 대학교에서 여자 수구팀 창단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정 단장에 따르면 현재 한 대학은 7명인 수구 경기 엔트리 구성이 가능하도록 8명의 신입생을 선발해 팀을 꾸릴 예정이다.
다른 한 대학도 2명을 뽑으려던 기존 계획을 수정해 8명 정도의 인원으로 팀을 창단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
정 단장은 "두 대학 모두 광주 세계마스터스수영대회가 끝나는 다음 달 14일 이전에 창단을 공식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창단을 추진 중인 두 곳 모두 남자수구팀도 없는 지방 대학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두 대학은 올해 입시 전형에서부터 선수들을 신입생으로 뽑아 팀을 꾸릴 예정"이라며 "두 팀이 함께 만들어지면 국내 대회 수구 종목에 여자부를 신설해 경기를 치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광주 대회에 출전한 여자수구 대표팀에는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선수가 6명 있었다.
정 단장은 "수구 대표 선발전에 참여했던 30여명의 지원자 중에도 고등학교 3학년인 선수가 20여명가량 있었다"며 선수 수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 이번 광주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사상 처음으로 여자 수구 대표팀을 꾸렸다.
이전까지 한국에는 여자 수구대표팀이 없었다. 수구를 전문으로 하는 선수도 없었다.
지난 5월 선발된 대표팀은 6월 2일부터 진천 선수촌에 입촌해 합숙 훈련을 시작했다.
한 달 반 동안의 연습만을 거친 후 선수들은 세계적인 강호들을 상대했다.
헝가리와 첫 경기에서 0-64라는 기록적인 패배를 당했지만, 러시아와의 2차전에서 경다슬(18·강원체고)의 역사적인 첫 골이 터지며 대회 목표였던 '한 골'을 달성했다.
이어진 캐나다와 남아프리카공화국전에서는 각각 2골, 3골을 넣으며 신바람을 냈다.
비록 대회는 5전 전패로 끝났지만, 고작 한 달 반의 훈련만을 거치고 세계와 부딪혀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친 여자 수구팀은 가능성을 보여줬다.
힘겹게 첫걸음을 뗀 한국 여자수구는 27일 이후 대표팀이 해산함에 따라 역사 속으로 사라질 예정이었지만, 대학에서 창단 의사를 밝혀 명맥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