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세장에 '울며 겨자먹기'식 IPO 봇물

입력 2019-07-24 11:14
수정 2019-07-24 10:53
<앵커>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최근 증시가 부진하다보니 올해 IPO를 추진하는 기업들에게도 다소 부담이 있을 것 같은데요.

자세한 내용 취재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증권부 박해린 기자 나왔습니다.

<앵커>

최근 미중 무역분쟁에다 일본의 수출규제까지 더해져 장 상황이 좋지 않다보니,

IPO 시장도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어떤가요?

<기자>

지루한 약세장에서도 IPO 시장은 일단 표면적으론 활기를 띄고 있습니다.

오늘(24일)만해도 건설기계 제조 업체인 대모엔지니어링이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습니다.

대모엔지니어링은 지난 15일부터 이틀간 열린 일반 공모주 청약에서 1천268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는 등 인기를 끌었습니다.

또 내일(25일)은 태양광에너지 전문기업 윌링스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합니다.

윌링스 역시 공모 청약에서 5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고, 1만25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습니다.

대모엔지니어링과 윌링스 외에도 실리콘 소재업체 한국바이오젠, 덕산테코피아, 코윈테크 등 약 20여개 기업이 다음달까지 상장을 앞두고 있습니다.

SK바이오팜과 SK매직, 한화시스템, 호반건설 등 대어급 기업들도 하반기 IPO시장에 도전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습니다.

<앵커>

증시부진으로 인해 IPO시장도 위축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예상 외로 기업들이 몰리고 있네요. 이유가 있나요?

<기자>

네, 제가 앞서 '표면적'으로는 일단 활기를 띄고 있다.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사실 증시가 부진하면 IPO시장도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시기에 무리하게 상장했다간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위험도 있기 때문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IPO를 결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만큼 증시 상장외 안정적인 자금 조달 수단이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 기업 입장에서도 최근 증시 상황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에이에프더블류, 펌텍코리아, 아이스크림에듀, 세틀뱅크 등 최근 상장한 기업 대부분이 공모가를 밑돌고 있습니다.

특히 아이스크림에듀는 상장한 지 일주일 만에 공모가(1만5900원)에 비해 약 40%가까이 빠지기도 했습니다.

화장품 용기 제조업체 펌텍코리아는 공모가에 비해 주가가 크게 빠지다보니 상장 열흘 만에 무상증자를 결정하기도 했습니다.

각 기업별로 기업 가치도 다르고, 상황도 다르겠지만

일단 기본적으론 대내외 변수로 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상장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바탕에 깔려있습니다.

<앵커>

공모가에 비해서 주가가 이렇게 많이 빠지는 것을 보면 공모가가 다소 높게 책정되는 건 아닌가요?

<기자>

네, 상장 후 주가와 비교해 공모가가 다소 높게 책정되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달 상장한 기업 중 플리토와 세틀뱅크는 희망공모가 상단을 상회했고, 에이스토리와 에이에프더블류도 상단으로 공모가가 결정됐습니다.

내달 상장을 추진하는 한국바이오젠은 공모가가 상단을 초과했고, 덕산테코피아, 코윈테크 등도 공모가가 상단으로 확정됐습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주관사의 업무를 따내기 위해 기업의 공모가를 다소 높게 책정하는 관행이 있을 수 있고

증권사 입장에서도 공모가가 높게 책정되면 그만큼 청약증거금 이자수익을 쏠쏠하게 벌어들일 수 있기 때문에 공모가가 다소 부풀려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청약증거금이란, 공모에 참여한 투자자들이 계약금 형식으로 거는 돈입니다.

증권사는 청약금을 증권금융에 예치하고 청약이 끝난 후 청약금 환불 전까지 이자 수입을 거둬들이는 구조입니다.

이를 위해 기업이 증권사와 희망 공모가격 범위를 논의할 때 희망 공모가 범위를 끌어올려 공모 규모를 유지하는 등의 방식으로 공모가를 산정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업계에선 하반기 IPO시장 어떻게 전망하나요. 투자자 입장에선 어떤 태도로 접근해야 할까요.

<기자>

시장 분위기를 고려하면 낙관적으로 보긴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제약, 바이오 업종은 올해 하반기부터 기술력 검증이 까다로워지면서 당초 예상보다 상장이 늦춰질 수 있습니다.

또 지금과 같이 IPO가 몰리는 상황에선 청약 일정이 겹치면서 시장에서 소외받는 공모주도 나올 수 있단 우려가 나옵니다.

따라서 투자자 입장에선 공모주 투자 시 여느 때보다 더 신중하게 기업 가치를 평가해야 합니다.

또 최근과 같이 시장이 불안정하고 새내기주들의 주가가 부진한 것을 보면 일단 시장에 상장한 이후 주가가 안정될 때까지 지켜보고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최근 트렌드를 보면 상장 이후 저점을 찍고 횡보하다 반등하면서 안정세를 찾아가는 분위기입니다.

따라서 일단 상장 이후 투자 시기를 살펴보다 '옥석가리기'를 통해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