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횡포에 애플·아마존도 '패닉'…"반도체 공급차질 거듭 문의"

입력 2019-07-21 08:48


일본이 우리나라에 대한 정보기술 소재 수출 규제에 돌입한 뒤 미국과 대만 등 전세계 IT 업계에서 사태 확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출 규제 조치 초기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의 생산 차질 우려가 계속되는 데다 한·일 양국이 타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서 IT 산업의 글로벌 밸류체인이 망가질 수 있다는 '공포 지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이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 대상인 '화이트(백색) 국가' 리스트에서 제외할 경우 다른 업계도 영향권에 들면서 '도미노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3주째로 접어들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글로벌 고객사와 협력사는 물론 경쟁사들까지 잇따라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에서 유일하게 삼성전자에 앞서 있는 대만 TSMC는 18일 올 하반기 실적 전망을 밝히면서 최근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 사태를 '최대 불확실성'으로 꼽았다. 이 회사의 마크 류 회장은 "한일 갈등으로 인해 올 4분기 전망을 정확하게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지정학적 요인과 통상 관련 불확실성이 간단히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애플과 아마존 등 미국 IT업체들도 삼성전자 측에 이번 사태로 인해 모바일용,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 등의 공급이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없는지를 거듭 문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소니에서 분사한 PC 생산업체인 바이오(VAIO)의 대변인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영향이 현실화하면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한국 밖에서 반도체를 대체 조달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달 초 고객업체들에 대해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안내했지만 불안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면서 "올 하반기 업황 회복을 기대하는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도 중국 화웨이 사태에 이은 또다른 불확실성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메모리 반도체 공급 차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이미 현물시장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현물 거래가는 일본의 수출 규제가 발동된 이후 품목에 따라 최고 25% 급등했고, 낸드플래시도 6%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UBS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 3분기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률 전망치를 당초 10%에서 5%로 조정했다면서 그 이유로 일본 도시바 공장의 정전 사태와 함께 일분 소재 수출 규제를 꼽았다.

자산운용사인 번스타인의 마크 뉴먼 애널리스트는 "수출 규제가 계속된다면 메모리 가격은 전례 없는 폭등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이 외교적 사안을 빌미로 국제통상 질서를 무너뜨린 데 대한 비판과 함께 '후폭풍'에 대한 경고도 나오고 있다.

독일 베를린자유대의 코리 월리스 연구원은 "지금은 한일 양측이 모두 상징적인 차원에서 대응하는 정치의 성격이 짙다"면서 "그러나 긴장이 고조될 경우 현실적인 문제로 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관영 컨설팅기관인 중국전자정보산업발전연구원(CCID)은 지난 10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일본이 중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단행할 경우 중국 IT업체들은 한국 기업들보다 더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디지털전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