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페이스북 가상화폐 도입 반대...글로벌 IT기업 과세 논란

입력 2019-07-18 08:58
G7(주요 7개국)회의 의장국인 프랑스가 페이스북의 가상화폐 '리브라'(Libra) 도입 계획과 관련해 시기상조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프랑스는 페이스북의 가상화폐 도입을 우려하는 입장에선 미국 정부와 같았지만 글로벌 IT 대기업에 관한 과세 추진과 관련해서는 정면으로 엇갈리고 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17일(현지시간) 파리 근교 샹티이에서 열린 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페이스북의 리브라 출시 구상에 대해 "규제의 필요성이 있다"면서 "강력한 강제규정과 (합의된) 약속이 필요한 데 필요한 조건들이 리브라 프로젝트에서 충족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통화와 같은 역할과 힘을 가진 어떤 가상화폐도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페이스북은 내년 상반기 중 전 세계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물건을 구매하거나 돈을 송금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가상화폐 리브라를 출시하겠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이에 대해 미국에서도 이 디지털 화폐가 돈세탁이나 인신매매, 테러 지원에 쓰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해 G7 의장국을 맡은 프랑스는 자국 출신인 브누아 쾨르 유럽중앙은행(ECB) 이사에게 리브라와 같은 가상화폐를 연구하는 G7 차원의 태스크포스 설치를 지시한 상태다.

일본은행 총재도 페이스북의 가상화폐 도입방침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리브라가 세계적으로 통용되기를 원한다면 각국은 글로벌 차원에서 조율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G7 중앙은행 총재들만 갖고 논의할 내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프랑스는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IT 기업에 대한 이른바 '디지털세' 부과 방침과 관련해 이번 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우군 확보 행보에도 나섰다.

르메르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디지털세에 대한 대원칙에 G7이 합의하지 못하면 전 세계 129개 국가들을 상대로 합의안을 도출하는 것은 더욱 복잡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는 최근 의회에서 연수익이 7억5천만 유로(9천900억원 상당) 이상이면서 프랑스 내에서 2천500만 유로(330억원 상당) 이상의 수익을 내는 글로벌 IT 기업들에 이들이 프랑스 내에서 벌어들인 연간 총매출의 3%를 디지털세로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을 의결했다.

프랑스의 디지털세 부과 대상 기업은 미국, 중국, 독일, 스페인, 영국, 프랑스 등지의 IT 대기업 30여개 정도인데, 자국 IT 대기업들이 대거 표적이 된 미국은 이 같은 방침에 대해 보복 관세를 검토하겠다고 경고, 양국 간 갈등 기류가 형성됐다.

프랑스는 G7이 디지털세의 대원칙에 합의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차원의 전 세계 130여개국을 상대로 한 디지털세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반대하는 가운데 영국, 캐나다도 디지털세 과세원칙 합의에 유보적인 입장이라 이번 회의에서 디지털세의 최저·최고 세율 등에 관한 대원칙의 합의안이 도출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G7 재무장관회의에서는 이 문제로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르메르 장관과의 회담이 이뤄질 예정이지만, 서로의 입장차만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익명의 미 재무부 당국자는 이날 AP통신에 "프랑스가 그런 일방적인 세금 부과방안을 통과시킨 데 대해 우리는 매우 실망스럽다"면서 이날 미·불 재무장관 회담에서 므누신 장관이 이 이슈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편, 스페인은 새 내각이 구성되는 대로 조속히 디지털세 도입 방안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혀 프랑스의 움직임에 힘을 실어줬다.

나디아 칼비노 스페인 경제장관은 이날 카데나세르 라디오에 출연해 새 정부가 꾸려지는 대로 글로벌 IT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세 도입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이끄는 사회노동당(PSOE) 정부는 지난 1월 구글·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IT 기업들이 스페인에서 올리는 매출의 3%의 디지털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이 법안은 조기 총선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파기됐다.

칼비노 장관은 "(글로벌 IT 기업에 대한 과세는) 전 세계적 문제이므로 글로벌한 해법이 필요하다"면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에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스페인은 G7 국가는 아니지만, 프랑스의 핵심 EU 파트너국가로서 이 같은 디지털세 추진 입장이 프랑스에 어느 정도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사회당은 지난 4월 28일 조기 총선에서 과반에 못 미치는 1당이 되어 현재 야당들과 정부 구성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난항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