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 살려줘"…SKT '인공지능 돌봄', 위급상황서 어르신 3명 구해

입력 2019-07-09 10:50


「강남구에 홀로 거주하는 어르신 김 모씨(여, 만 83세)는 새벽 3시에 두통 및 혈압 이상으로 인공지능 스피커를 통해 SOS를 호출했다. 어르신은 심한 두통으로 전화를 걸기 어려운 상태에서 "아리아 살려줘"라고 소리쳤다. 집안에 있던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 AI 스피커 '누구'는 이를 위급 신호로 인식, 야간 관제를 맡고 있는 ADT캡스에 알람을 알렸다. 어르신은 이후 119를 통해 응급실로 이송됐으며, 현재는 상태가 호전돼 퇴원한 상태다.」

SK텔레콤이 4월 1일~5월 31일까지 두 달간 독거 어르신들이 AI스피커 '누구'를 통해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를 사용한 패턴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공개했다.

실제 AI스피커가 설치돼 있는 독거 어르신 중 3명은 긴급 SOS 호출을 이용해 위험한 순간을 넘길 수 있었다.

SK텔레콤은 행복한 에코폰, 전국 사회경제연대 지방정부협의회와 함께 4월부터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 시범 사업을 시작했고, 5개 지자체에 거주 중인 어르신 1150명을 대상으로 데이터를 모았다.

일반적으로 독거 어르신들이 가장 불안감을 보이는 것은 위급 상황이 벌어졌을 때 대처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인공지능 돌봄'이 독거 어르신들이 집안에서 음성으로 SOS를 알리는 것만으로도, 위기대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AI 스피커는 독거 어르신들이 "아리아! 살려줘" "아리아! 긴급 SOS" 등을 외칠 경우 이를 위급 상황으로 인지하고, ICT케어센터와 담당 케어 매니저, ADT캡스(야간)에 자동으로 알려준다.

이후 ICT케어센터에서 위급상황이라고 판단하면 즉시 119에 연계하는 프로세스를 마련하고 있다.

평소 정보통신 기기가 익숙하지 않은 독거 어르신들이 AI스피커 사용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오히려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설치돼 있지 않은 경우에 AI스피커를 두배 정도 많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어르신들이 컴퓨터 자판이나 그래픽 UI에 비해, 말로 하는 음성 UI를 선호하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SK텔레콤 측은 이번 데이터 분석 대상 어르신들의 평균 연령이 75세이고 최고령 어르신이 99세라는 점에서, 스마트 디바이스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들이 AI스피커에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도 불식시킨 것으로 평가했다.

독거 어르신들의 서비스 사용 비중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FLO'(63.6%)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이어서 ▲감성대화 서비스(13.4%) ▲날씨(9.9%) ▲운세(5.0%)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AI스피커의 사용과 감정관련 키워드 발화 분석 결과 독거 어르신들은 '감성대화' 사용 비중(13.5%)이 일반인 사용 패턴(4.1%)에 비해 세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AI스피커가 어르신들의 외로움을 달래는데 긍정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SK텔레콤과 행복한 에코폰은 독거 어르신들을 위한 특화 서비스도 개발할 계획이다.

9월에 AI스피커에 적용되는 신규 서비스인 '행복소식'은 행정구청 관내 이벤트와 복약지도, 폭염·한파 주의 안내 등에 사용될 예정이고,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제공하는 '건강톡톡', 치매 예방용 인지훈련 향상 게임을 제공할 계획이다.

여기에 헬스케어 분야의 스타트업과 사회적 기업들이 협업 요청도 늘고있어 다양한 사업영역으로 확장을 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사업을 시작하면서 기획했던 혈당관리 시스템과 어르신간 네트워크 구축은 개인정보 관련 규제와 비용의 문제로 구축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광역자치단체, 지방자치단체가 다 함께 참여해야 사업의 확장되고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양원 행복한 에코폰 대표이사는 "어르신들이 인공지능 스피커를 편리함을 제공하는 보조도구로 활용하는 것을 넘어 친밀감을 경험하는 소통 대상으로 인식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현장에서도 '말을 해줘서 좋다', '든든하다', '자식 같다'는 반응이 많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준호 SK텔레콤 SV추진그룹장은 "빠르게 다가오는 노령화 시대에 대비해,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에 기반한 어르신들의 사용 데이터를 수집·분석한 결과는 정부와 지자체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효과적인 복지정책을 기획하고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하고,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스피커를 활용한 독거 어르신 돌봄의 범위와 수준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