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2시 23분께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있는 지상 5층, 지하 1층짜리 건물이 철거 작업 도중 붕괴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30t가량의 철거 잔해물이 쏟아진 데다 인근 전신주까지 쓰러지며 사고 현장 앞 왕복 4차선 도로는 아수라장이 됐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인근 주민은 "오토바이를 타고 사고현장을 지나간 후 10초 만에 사고가 났다"며 "불이 났다 싶을 정도로 우르르 소리가 나며 검은 연기가 났다"고 사고 순간 상황을 전했다.
사고는 철거로 절반가량 남은 건물이 붕괴하면서 일어났다.
5층짜리 건물의 뼈대를 이루고 있던 철골 구조물은 앙상하게 모습을 드러낸 채 엿가락처럼 휘어져 있었다.
콘크리트 잔해물은 도로 위를 덮쳐 건물 앞 도로 2차선을 거의 덮은 상태였다. 건물 가림막은 군데군데 찢겨 제멋대로 나부꼈다.
건물 붕괴 충격으로 인근에 서 있던 전신주도 힘없이 도로 위로 쓰러져 내리며 일대가 정전되기도 했다.
건물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차량 3대는 건물 잔해에 깔리며 말 그대로 '날벼락'을 맞았다.
차 1대에 타고 있던 여성 2명은 사고 약 30분 만에 구조됐다. 이들은 경상으로 알려졌다.
다른 차 1대에 있던 사람들은 자력으로 대피했다.
그러나 나머지 차 1대에 타고 있던 2명은 미처 피하지 못했다. 소방당국은 구조물에 깔린 차 안에서 매몰자를 찾아 수액을 투여하고 있다. 1명은 의식이 있으나 다른 1명은 의식이 없는 상태다. 추가 붕괴 가능성 때문에 구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현장 인근에 산다는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밥을 먹고 나오다가 우연히 봤다"며 "무너지고 나니 사람이 많이 몰렸고 차량 두 세대가 깔려 있었다"고 말했다.
사고 건물은 전부터 붕괴 조짐이 보였고 철거 작업을 서두르는 것 같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전 교수는 "철거 현장이 걷기 힘들 정도로 먼지가 날려 공사를 서두르는구나 하고 며칠 전부터 생각했다"며 "해체 작업은 원칙대로 하면 큰 문제가 없는데 비산 먼지도 관리하지 않을 정도면 시간에 쫓긴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