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극장가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사학스캔들과 유사한 설정으로 현 정권을 비판하는 영화가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4일 '고교(興行)통신'에 따르면 지난 28일 개봉한 영화 '신문기자'(감독 후지이 미치히토·藤井道人)는 29~30일 주말 박스오피스에서 10위에 올랐다.
스크린수가 143개로 적은 편임을 고려하면 초반부터 큰 관심을 끌고 있는 셈이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28~30일 사흘간 4만9천800명의 관객을 모아 6천232만엔(약 6억7천648만원)의 흥행 수입을 올렸다.
이 영화가 일본 사회에서 특히 주목을 받는 것은 영화의 설정과 등장인물이 아베 총리가 연루된 사학 스캔들과 닮았기 때문이다.
영화의 기둥 줄거리는 정권의 비리를 파헤치는 여성 신문기자의 이야기다.
영화는 신문사에 '대학의 신설'이라는 제목의 익명 제보를 담은 문서가 도착하면서 시작한다.
이는 아베 총리를 둘러싼 사학스캔들 중 하나인 '가게(加計)학원 스캔들'과 비슷하다.
이 스캔들은 아베 총리가 자신의 오랜 친구인 가케 고타로(加計孝太郞) 씨가 이사장인 가케학원이 수의학부 신설을 허가받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아베 총리는 연루된 정황이 여러차례 드러났지만 계속 부인하고 있다.
영화의 남자주인공이 내각 정보조사실에 근무하는 인물로 정부에 반대하는 인사의 스캔들을 만드는 일을 하는 것도 흥미롭다.
가케학원 스캔들은 마에카와 기헤이(前川喜平) 전 문부과학성 사무차관의 폭로로 점화됐는데, 폭로 후 그가 '즉석 만남'이 행해지는 카페에 자주 드나들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영화의 원작을 쓴 작가는 도쿄신문 사회부의 여성 기자인 모치즈키 이소코(望月衣塑子·44)다. 기자회견 등에서 일본 정부의 대변인이자 차기 총리 물망에 오르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을 끈질기게 괴롭히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통상 10분 정도 진행되는 정례 기자회견에서 모치즈키 기자는 가케학원 의혹에 대해 질문했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성의 없는 대답으로 일관하자 23회나 비슷한 질문을 반복했다. 그러는 사이 기자회견은 40여분으로 길어졌다.
질문 공세가 연일 계속되자 관방장관은 도쿄신문에 '추측에 근거한 부적절한 질문을 반복한다'며 기자회견에 보내지 말 것을 요구했고, 이로 인해 모치즈키 기자는 더 유명해졌다.
원작자가 모치즈키 기자인 데다 영화가 여기자와 관방장관의 대결을 그린 만큼 영화의 포스터에 있는 선전 문구는 '내각관방(관방장관) vs 여성기자'다.
모치즈키 기자의 분신에 해당하는 이 영화의 여주인공은 한국 배우 심은경이 맡았다.
심은경은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여주인공 '요시오카 에리카' 역을 맡아 일본어로 연기했다.
영화의 기획자 겸 프로듀서인 가와무라 미쓰노부(河村光庸) 씨는 아사히신문에 "제작사 2곳으로부터 '(정치 비판 영화라서) 배제될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제작을 거절당했다"며 "정치색이 있는 영화는 출연 배우가 동료들로부터 공격을 당하기도 하는 풍토"라고 설명했다.
아사히는 영화 '신문기자'의 히트가 한국 등과 달리 정치 영화가 잘 만들어지지 않는 일본 영화가 변화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