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다리도 아니고 닭가슴살도 아니다. 2019년 여름 대한민국을 강타한 치킨은 닭껍질 이다.
다소 징그러운 텍스처 때문에 조심스럽게 벗겨져 버려지는 수모까지 당했던 닭껍질은 이제 줄서서 먹는 올여름 핫 아이템이 됐다.
◇ 네티즌 청원 25일 만에 제품 출시
KFC가 닭껍질을 튀기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19일 부터다.
KFC인도네시아에서 닭껍질튀김을 발견한 한 치킨마니아가 국내 출시를 요청했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네티즌들이 합세했다고 알려져 있다.
네티즌들이 KFC에 출시요청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시점은 5월24일. 이때부터 레시피 개발을 시작해 단 25일만인 6월19일에 제품 출시까지 했다? 뭔가 이상하지 않나?
실제 출시 스토리는 글의 마지막에 소개하겠다.
여하튼 KFC는 닭껍질튀김 하나로 매출 증가는 물론 바이럴 마케팅의 귀재이자 소비자 의견을 경청하는 소통형 기업이라는 이미지까지 얻게 됐다.
◇ '1008번' 실패의 아이콘 KFC 할아버지
우리가 KFC를 저버릴 수 없는 이유는 KFC 창업자이자 슈퍼모델인 샌더스 할아버지 때문이다.
하얀 수염과 검은 뿔테 안경에 흰색 정장을 입고 활짝 웃는 KFC 할아버지를 앞에 두고 정크푸드 회사라고 대놓고 손가락질 하기는 힘들다.
심지어 이 할아버지는 기가 막힌 스토리의 주인공이다
커널 샌더스(Colonel Sanders)는 갖은 학대를 일삼던 의붓 아버지를 피해 13살 나이에 가출했다. 철도노동자, 보일러공, 보험판매원 등 안 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많은 직업을 전전했다. 돈을 벌어 아세틸렌램프 회사를 차렸지만 전기가 발명되면서 망했고, 다시 주유소를 창업했지만 대공항을 맞아 폭망했다.
이미 중년이 된 샌더스는 차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치킨 레시피를 개발했고, 자신의 조리법을 팔기 위해 미국 전역을 떠돌아 다녔다. 번번히 퇴짜를 맞다가 1,008번째 식당에서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샌더스의 나이 이미 60세를 넘긴 뒤였다.
대공항과 전쟁, 가난과 학대 라는 구구절절한 스토리는 샌더스 할아버지를 더욱 친근하게 만들었다.
사실 할아버지의 레시피를 받아둔 식당이 1,008번째 인지 아닌지 누가 알겠나. 이것은 그저 동시대 사람들의 심장을 뜨끈하게 만든 스토리다.
◇ 치밀하게 준비된 신메뉴, 스토리와 결합
2019년 화제의 닭껍질튀김은 KFC의 임원들이 총출동한 아시아콘퍼런스에서 동양인의 입맛을 겨냥한 신제품으로 추천됐고, 올해초 인도네시아에서 첫 출시됐다.
인도네시아 신제품을 지켜본 KFC코리아는 우리나라에선 맥주안주로 적합하다고 보고 레시피 개발에 착수했다.
그러던 중 한 고객이 닭껍질튀김 청원에 불지폈고, KFC코리아측은 열기가 식기 전에 일정을 앞당겨 서둘러 출시하게 된 것이다.
닭껍질튀김은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메뉴가 아니라, 이미 치밀하게 준비돼 온 신제품 이었던 것이다..
비호감 닭껍질은 스토리와 결합해 매력적인 상품으로 거듭났다.
이미 세상을 뜬 KFC 할아버지도 '소통'이라는 스토리가 담긴 닭껍질튀김을 좋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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